내 남자에 대해

하루 종일 걸려 한 공사.

김 정아 2007. 3. 6. 05:24
 

2007년 3월 3일 토요일

오늘 하루 종일 대 공사를 했다.

원래부터 계획 했던 것은 아니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렸다.

어제 수도관 사온 것을 남편에게 보이며 수도꼭지가 새어서 물이 흘러 싱크대 탑이 자꾸 젖는다고 아무래도 갈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자세히 보더니 전체를 교환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중간에 고무 패킹 두 개만 바꾸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난 휴~ 한도의 한숨을 내쉬며 빨리 끝나게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 아이들을 데리고 학원에 갔다 왔다.

이미 교체는 끝났을 거라 생각하고 집안에 들어서니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며 전체를 바꾸어야 될 것 같다며 열심히 조립을 하고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다시 두 아이를 태우고 클라리넷 학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싱크대 전체를 갈아야 할 것 같다며 싱크대를 사야 하는데 어느 게 좋겠냐고 묻는다.

남편의 물건 고르는 높은 안목을 믿기 때문에 “당신 맘에 드는 걸로 그냥 아무거나 사!”하다가 그래도 내가 더 자주 쓰는 물건인데 내가 골라야 할 것 같아 아이들 레슨 시간을 이용해 얼른 갔다.

가보니 도대체 맘에 드는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세라믹이 고급스럽긴 하지만 오래 쓰면 벗겨져 누렇게 변하고 그릇들이 부딪혀 자꾸 상처가 나서 이제는 쓰고 싶지 않았으니, 오직 남은 선택은 스탠레스 재질뿐이다.

한국처럼 통으로 되어있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고 그래도 그중에 비싼 것을 골랐다.

특별히 맘에 들지도 않았고 꽤 비싼 가격임에도 싼 티가 줄줄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남편은 계산을 하고 바로 집으로 갔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러 학원에 갔다.

레슨 끝내고 이것저것 일을 보아야 할 것이 많았지만 남편 혼자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을 하느라 고생 할 것 같아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수차례 해가며 수없이 시행착오를 해가면서도 그다지 일에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을 해 놓으면 저것이 이상해 다시 하고, 또 뭔가를 하려면 집에 없는 연장이나 소모품들이 필요해 내가 두 번이나 운전을 해 다녀왔고, 남편도 두 번이나 다녀오게 되었다.

소모품을 사 오면 또 남편이 원하던 것이 아니어서 도대체 오늘 내에 이 일이 끝날까 싶을 정도였다.

아들과 둘이 열심히 만지작거리며 마지막으로 실리콘을 칠하더니 드디어 공사가 끝났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일이 저녁 6시가 넘어서 끝난 것이다.


다 된 싱크대를 보고 있어도 별로 기분이 나지 않았지만 점심도 굶어가며 하루 종일 땀을 흘린 남편 앞에서 그런 티를 낼 수도 없어 고맙다고 한 마디 하고 말았다.

한국 것은 예쁜 것도 많더구만 왜 이 나라 것은 한국처럼 못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식구대로 점심도 굶었고 아직 수도를 사용하지 말라고 해서 저녁은 한국 식당에 갔다.

아이들은 된장찌개를 먹겠다고 했고, 나는 회를 먹자고 했더니 남편 왈 “오늘은 엄마를 위한 날로 하자” 며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횟집에 갔다.

오늘 남편이 좀 이상하다.

나에게 친한 척 하는 것이 영 예전 모습이 아니다.

하긴 또 며칠 지나면 2주간이나 한국 출장을 가는데 봄 방학 동안에 내가 아이들 데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좀 안스러웠는 지도 모르겠다.


식구대로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왔다가 남편은 하루 종일 집안일에 매달려 사무실 일을 못 보았다며 사무실에 나가서 새벽 2시가 넘어 들어왔다.

 

 

*세라믹에서 새로 바꾼 스텐레스 싱크대입니다. 별로 이쁘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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