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야호! 방학이다.

김 정아 2006. 5. 25. 03:48

2006년 5월 24일 수요일

 

어제까지 모든 시험을 끝내고 오늘 드디어 일년을 마치는 날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큰 아이가 즐겁고 기쁜 얼굴일 줄 알았더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내일부터 방학인데 얼굴이 왜 그래? 안 좋아?"했더니

" 하나도 안 좋아. 친한 친구들 다 다른 고등학교로 가버리고 나만 남았어요"한다.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워낙 사교성도 없고 내성적이고 친구 사귀기도 힘들어 하는 아이가 3년 동안 다니면서 겨우 친한 친구 몇 만들어 놓았는데 그 아이들은 다른 고등학교로 가버리는 것이다.

작은 아이한테라면 " 고등학교 가서도 좋은 친구 많을테니 걱정하지 말아라"할텐데 이 아이는 경우가 다르니 그 말도 쉽게 나오지도 않았다.

슬프고 머리가 아프다며 지금부터 고등학교 가서 친구 사귈 일을 걱정하고 있다.

잠시 후에 밴드부원들의 마지막 파티가 고등학교 수영장에 있다고 해서 데려다 주고 왔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친구들 마지막으로 보고 와야 한다며 수영장으로 나섰다.

 

큰 아이 따라 덩달아 내 마음도 참 허전하고 서운하다.

교직에 있을 때도 방학식을 하고 학생들을 일찍 귀가 시켜 놓고 교무실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마음보다 허전한 마음이 더 컸었다.

학생들에게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이 후회 되고, 세월이 또 이렇게 흘러 버렸나에 무상함을 느끼면서 퇴근하는 마음이 썩 기쁘지는 않았는데 오늘 딱 그 기분이다.

큰 아이의 중학교 졸업식이 없어서 가보지 못해서 서운함과 우울함과 허전함이 교차되는 마음이다.

 

나연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되어 갔는데 나연이는 성적표가 벌써 나왔는지 성적표를 들고 신이 났다.

생각보다 잘 해서 기분도 좋고, 친구들과 내년엔 초등학교 최고 학년인 5학년으로 만나게 되어 마냥 신이 났다.

 

한국에 있는 아빠한테 일년을 열심히, 무사히 마친 아이들에게 파티를 열어 주라고 해야 겠다.

 

여러 마음을 털어 버리고 아이들 짐을 싸는 것을 도우며 마음이 분주하다.

 

내일 이맘 때 쯤이면 아마 태평양 어딘가를 열심히 날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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