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3일 토요일 오늘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큰 아이의 졸업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어떤 옷을 입혀야 할 지 몰라 먼저 졸업 파티를 한 다른 학교 학생에게 물어서 바지까지 새로 사 주고 학교 체육관에 데려다 주면서 나도 구경을 좀 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니 검정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줄이 서서 졸업생 한명 한명을 에스코트 해주고, 무비카메라까지 찍고 있고 학부형은 들어가지 않는 분위기 인 것 같아 차에서 내려주고만 왔다.
만 4년 전 영어 한 마디 못해 하루 종일 삼국지만 있다 오고, 오죽 하면 소원이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점심 먹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작은 아이는 큰 소리까지 내며 집에 가겠다고 학교에서 엉엉 울어도, 남자 아이라는체면에 울지도 못하고 날마다 그 작은 마음 속에 울음을 삼켰을 것이다. 그 뒤 두달 만에 학교 버스에서 같이 내린 친구에게 겨우 'good bye'라는 인사 한 마디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참 기뻤었다. 그래, 이렇게 영어를 말해가는 구나 하면서.
한 학년을 건너 뛰고 제 또래보다 일년을 빨리 들어갔는데도, 뛰어난 수재는 아니어도 남에게 빠지는 공부 안하며 이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아직도 변성기도 안 오고 사춘기도 안 온 어린 아이 . 한국의 친구들은 이제 중 2학년인데 일년 반이나 빠르게 벌써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밤 11시가 되어 데리러 가니 어찌나 잘 놀았는지 등이 축축하게 땀에 젖어 있었다. 2006년 5월 14일 일요일 5월 두 번째 주는 이곳의 'mother's day'다.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이 따로 있고, 아버지 날은 6월 세 째 주 일요일이다. 난 한국의 어버이 날을 잊어 버리고 전화도 제때 못 했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계속 상기시켰다. '어머니 날 곧 돌아오네! ' '어머니 날 선물 받고 싶다!' 하면서 계속 강조를 했다. 아이들이 긴장하는 눈빛이 역력하며 둘이서 눈빛을 주고 받는다. 그러면서 자기네들끼리 조용히 상의를 한다. "오빠는 뭐 할 꺼야?" "넌 뭐 할건데?"
일요일 아침 미사를 갔다 와서 아이들이 뭘 하나씩 들고 오면서 눈을 감아 보라고 한다. 큰 아이는 편지 봉투의 편지를 내밀고 작은 아이는 종이로 만든 하트 무늬를 내 놓는다. 큰 아이는 뭐가 그렇게 감사할 게 많은지 편지지 안에 가득히 써 놓았다. (이것이 영어로 써 놓아 내가 해석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작은 아이는 손으로 꾸미는 걸 좋아해 예쁘게 만들어 내 놓았다.
성당의 어떤 분이 그러셨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는데도 항상 종이로 만든 꽃이나 내 놓고 편지나 내 놓아서 다음부턴 이런 것 안 받고 나도 선물 받고 싶다고 그랬단다. 그랬더니 그 다음해 부터는 자기네들 용돈을 들여서 정말 선물을 사 오더라고. 자기네 친구들 생일 선물은 돈 들여 잘 사다 주면서 어머니 날에는 돈 안들이고 편지 한 장으로 때우더라면서 그것도 교육을 시켜야 된다고 하셨다. 나도 이제 그래야 되나? 아니, 몇 년만 더 이 유치함(?) 누려야 겠다. 아이들 어려서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인데 벌써 돈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다. |
*작은 아이의 장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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