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5일 일요일
시간은
빨리도 흘러 남편이 주재원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지 딱 두 달이다.
남편이
없는 동안 뭐 특별히 우리 생활이 달라진 것은 없다.
아이들
콘서트나 학원 태우고 다니는 것도 여전히 나의 몫이고,
항상
식탁 위에 숟가락 세 개,
젓가락 세 쌍이었는데 여전히 그것도 똑같다
그래도
아이들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아빠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것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수시로
찾아오는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 것도 달라진 것 중 하나이긴 하다.
아이들과
나만 있는데 몸이라도 건강해야 할 것 같아 음식에 신경을 쓰고 성의를 더 들여 식탁을 차리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혼자
있는 남편은 하루를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 것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은 눈에 보이는 듯하고,
하루 세끼를 밖에서 해결하는 것도 너무 지겨울 것
이다.
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거의 매일 술자리를 가져야 하는 것도 반가울 리 없을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이라고 들어와야 반갑게 맞아 주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마지못해 몸을 뉘였다 나가는 생활에 즐거움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두 달이 지나갔다.
남편이
떠난 후에 변함없는 관심으로 나를 지켜 봐주는 남편 친구들이 있어 그것에 힘을 얻고 또 살아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주고,
여러 번 식사에 초대 해 준
알버트 아빠, 남편이 없어도 가끔 우리 집에 들러
맥주도, 차도 같이 해 주는 지우 엄마 아빠, 남편과 화상통화를
하라며 웹캠을 설치해 주고 간 민정이 아빠, 한국에서 출장을 와서 바쁜 일정에도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 준
쥬리 아빠, 차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오라고 볼 때마다 당부를 잊지 않던 토마스 아저씨 등등 주위의 좋은
사람들로 인하여 힘들어도 위안을 받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후엔
남편의 후임자 부인과 식사를 같이 했다.
3주전에 휴스톤에 도착해 이사 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다행히
영어를 잘 한다니 우리보다 미국 생활을 훨씬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4년을 살았어도 문장이 쉽게 나와 주지 않아 고민하는 평범한 우리에 비하면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에 비길 수 없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꽤 먼거리에 있는 호수에서 키우는 오리들인데 우리 동네까지 나들이를 왔네요. 우리나라라면 이 오리들이 남아 있을리가 없었을텐데 이곳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으며 자라고 있더군요.
매일마다 먹이도 얻어 먹으면서요.
오리들이 찻길로 나가면 운전자들이 아주 조심해서 운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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