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다음 생에도 당신의 아내로 살기를 소망합니다.

김 정아 2006. 3. 5. 00:39

2006년 3월 1일 수요일
오늘은 우리 영어 반 친구들, 선생님과 콜럼비아 식당에 다녀왔다.
대만 친구들의 주선으로 중국 식당에도 다녀왔고, 한국 식당에도 다녀왔고,오늘은 콜럼비아 친구들이 자기 나라 식당에 가자고 해 가게 되었다.
콜롬비아 국기 색으로 유리가 장식된, 식당의 손님들은 거의 콜롬비아 사람들인 것 같았다.
6명이나 되는 동양인들이 들어가자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그 식당에 많은 동양인들이 온 것은 처음이었나 보다.
콜롬비아 친구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것들을 가르쳐 주며 우리 입맛에 맞을 만한 것들을 주문해 주었다.
특히 생 과일에 우유를 넣은 주스는 처음으로 맛 보는 독특한 맛이었다.
주 메뉴로 닭고기와 소스를 넣어 만든 볶음밥이었는데 이상한 향신료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어서 콜롬비아 음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가 콜롬비아 과일이나 주산물인 커피에 관심을 보이자 식당 주인은 커다란 브로마이드 사진을 가지고 나와 열대 과일과 커피 그림을 보여주면서 너무 신나 했다.
고국을 떠나 온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자기 나라에 대한 향수와 애국심에 불타 있는 것 같다.
콜롬비아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들어 주었다.
우리가 함께 한 오늘도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남편은 오늘 혼자서 처가에 내려간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로 구정도 못 지낼 만큼 바빴는데 이제 조금 정신이 차려졌나 보다.
그래서 처가에 내려 가 장모님을 뵙겠다고 했다.

물론 바쁜 사위를 위해 친정엄마도 서울에 올라와 여러 차례 사위를 봤다.
친정은 ,남편의 직장이 있는 서울도 아니고 고속버스 타고 4시간 가까이나 걸리는 지방이다.
아이들도 없이 아내도 없이 혼자 처가에 내려가는 것이 그리 쉽게 마음 먹어질 것 같진 않은데 생각할수록 고마운 사람이다.
 
가끔 난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무슨 복이 많아 이 남자를 만났을까?
남편은 친정 식구들에게 내가 하는 것 보다 더 마음을 쓰는 사람이다.
장인도 없는 가난한 살림의 장녀와 결혼해서 지금껏 친정의 대소사 일을 얼굴 한 번 찡그리는 법 없이 기쁘게 해낸 사람이다.
결혼하고 미국에 올 때까지 자기의 급여 통장에서 장모의 통장으로 용돈을 매달 자동이체 시켜 주었고, 동생들의 입학식 졸업식에 나는 가지 않더라도 챙겨서 다녀 주었고 , 남동생들 군에 가 있을 때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있어도 알아서 면회도 가주고, 동생들의 결혼식에도  형님노릇,  오빠 노릇, 아버지 노릇까지 해 주었던 사람이다.
여름휴가에 친정에 내려 가  친정엄마가 농사일을 하러 밭에 나가면 따라 가 땀을 흘리며 농사일을 돕기도 하던 사람이다.
 
생각하면 눈물이 돌만큼 고맙고 고마운 사람이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많고 많은 여자들 중에 내게 보내 주신 신께 감사하고 나 또한 시댁 식구들에게 잘 하는 걸로 보답하고 싶다.
내가 시집 식구들에게 하는 것은 남편이 친정에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이렇게 고마워하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남편은 알까?
항상 그래왔던 일이기 때문에 어쩌면 늘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해 본 기억도 없는 것 같다.
 
오늘은 고마운 마음을 메일에 담아 보내야겠다
‘여보,다음 생에 다시 태어 난다 해도 난 꼭 당신을 찾아 갈 것입니다.
오누이로도 아니고, 부모 자식간으로도 아니고, 친구로도 아니고, 꼭 당신 옆에서 다시 당신의 아내로 살고 싶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