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저 좀 태워 주세요!"

김 정아 2004. 4. 29. 08:34

아이들 영어 과외 선생님도 다녀가시고, 클라리넷 선생님이 도착 한 바로 후에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원석이 친구 캘빈이 놀러 왔나? 하고 문을 열었는데 처음 보는 여학생이 문 밖에 서있다.

 

그 여학생은 나를 보더니 자기를 친구 집에 좀 태워 줄 수 없느냐고 한다.

 

아니, 자다가 무슨 봉창 뚫는 소리야? 이게?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어떻게 태워다 주어?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그 아이는 너무나 간절한 눈빛으로 17세 밖에 안되어 운전 할 수 없으니 좀 태워 달라는 것이다.

 

난 또 마음이 약해져 버려 잠시 망설이다가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고 그 아이 앞에서 지갑을 열어 운전면허증만  빼냈다. 돈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원석이는 걱정이 되는지 엄마 총도 없는데 어떻게 태워주려고 그래요?

 

사실 걱정이 되긴 무지하게 되었다.

 

이 아이가 돌변해 무슨 일이나 저지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믿기로 했다.

 

차에 태워서 여러 가지를 물었다.

많은 집들 중에 왜 우리 집에 왔느냐 했더니 너희 집에 차 두 대가 보였기 때문이며, 너희 집 바로 다음 골목에 살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Taylor High School 11학년에 다니고 있으며 부모가 여름 휴가 를 러시아로 떠났기 때문에 집에 동생과 지금 둘이 있어서 태워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휴가를 꽤 멀리 갔구나 했더니 자기 부모님은 러시아에서 왔다고 하며 자기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우리 영어 반에도 러시아 아줌마 한 사람이 있다고 했더니 반가워 했다.

 

그리고 난 숀의 남편 이야기도 해 주었다.

나의 영어 선생님 남편이 너희 학교 역사 선생님이고,last name이 Smith다. 그리고 우리 영어 선생님도 올 8월부터 너희 학교 9학년 카운슬러가 되는데 너 역사 선생님 아니?했더니

 

물론 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 아이가 가르쳐 주는데로 운전을 하다보니 어느 아파트 앞이었다.

 

아파트 비밀번호까지 누르고 친구 집 정문 앞까지 데려다 주니 너무나 고마워한다.

 

집에 돌아오니 클라리넷 연습하던 큰 아이가 엄마 아무 일도 없었어요? 한다

 

때에 따라서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괜찮은 사람도 많단다. 하지만 오늘 엄마는 좀 위험한 일을 했어. 다행이 아무 일도 없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되겠지? 여긴 미국 땅이니 우리 스스로 조심하고 스스로 보호해야 되 , 알았지?

 

그 아이와 대화가 소통되고, 나의 교실 밖 영어가 통했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기본 영어이지만 영어에 대해 큰 욕심은 없으니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