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이 메일 하나 보내 주세요.

김 정아 2006. 2. 6. 05:16

2006 2 1일 수요일

전업주부라 해도 하루가 어찌나 바쁜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며칠 집을 비우면 엉망이 되고 만다.

테이블 위엔 먼지가 뿌옇게 앉아 손길을 기다리고 화장실 바닥에 는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이고 주방의 마룻바닥엔 음식 찌꺼기가 말라 붙어 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도서관에 가기 전에 청소를 하려고 마음 먹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점심 같이 먹고 도서관에 가자고 한다.

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집 안 청소가 먼저라 오늘 난 빼달라고 말을 하고 세 시간 가량 청소기를 밀고 가재도구에 쌓인 먼지를 걸레질을 하고 땀을 흘리며 청소를 했다.

말끔해진 집안을 둘러보고 흡족해졌다.

느긋한 마음으로 이 메일을 열어 보니 근무하던 학교에서 메일이 와 있다.

교장 결재까지 모두 내서 교육청으로 퇴직 신청서를 보냈는데 인사부에서 서류를 더 요구한다는 것이다.

퇴직이라는 중요한 업무인데 본인이 직접 안 왔기 때문에 퇴직 사실을 확인해야 하니 내일까지 이 메일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OO중학교 교사 김정아는 사직하기 위하여 첨부 서류(서약서,사직원,위임장)를 미국에 거주하는 관계로 대리인에게 제출하게 하였으며 사직할 의사가 확실함을 확인합니다"

혹시나 퇴직을 안 해 주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써서 보내주었다.

내가 보냈다는 사실을 더 확실히 해 주기위해 환경설정에 들어가 소속란을 우리집 주소로 바꾸어 주었다.

본인이 아닌 다음에야 환경설정을 바꿀 수 없으니 내가 보냈다는 것이 더 확실해 지겠지.

이런 메일을 받고도 아무런 느낌도 없고 미련도 없는 내가 더 이해되지 않는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