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남편의 후임자.

김 정아 2005. 12. 24. 06:01

2005년 12월 22일 목요일

 

남편의 후임 지사장님이 지난 일요일 휴스턴에 도착했다.
거래처 직원 가족과 후임 지사장과 과장님 댁 가족이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평소에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목까지 올라왔다.
남편은 행여라도 지사 근무가 연장될까봐 긴장했었고 본인 스스로 본사 복귀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후임자가 오던, 인수 인계를 하던 별 느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기치 않은 낯선 감정에 나도 당황스러웠다.
 
허탈하고 , 4년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후회없이 살았는가? 등등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낯선 느낌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general manager'라고 쓰인 후임자의 명함이 낯설고 왜 저 타이틀이 저 사람 명함에 적혀 있나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편은 어제 사무실 정리를 하면서 남아 있던 명함 300여장 정도를 찢어서 버렸다고 했다.
제 3자인 나도 마음이 뒤숭숭한데 4년을 정리하면서 명함을 찢는 당사자의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잊었던 전임 지사장님 부인도 떠올랐다. 
새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아서 방방 떠 있을 때 그 부인의 심정도 나와 같았겠구나.
허전했을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내 입장만 이야기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야  미안해졌다.
남편도 오늘 전임자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
나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 한 번쯤 우리는 이런 감정과  마주쳤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로 그 뿐 , 더 이상의 어떤 여운도 감정도 이젠 없을 것이다.

 

남편도 허전한 마음을 빨리 털어 낼 것이다.
후임자도 왔으니 내일부터는 남편에게 한 숨 돌릴 여유나 있었으면 좋겠다.

 

*예쁜 가을 색이 이제야 찾아 왔습니다. 어제 밤에도 낙엽 쓸며 청소했는데 오늘 아침에도 수북이 쌓여 청소하느라 법석을 떤 아침 이었습니다. 청소하느라 귀찮아도 앞 마당의 저 두 나무가 너무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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