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한국으로 돌아간 남편

김 정아 2006. 1. 6. 06:26

2006년 1월 4일 수요일
거의 한 달을 남편 송별회를 따라 다니느라 정신도 없고 체력도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남편이 그간 사람 관리를 잘 했는지 거의 매일 저녁 식사초대를 받아 아이들은 지쳐서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오늘 마지막 저녁 모임으로 규모가 큰 거래처 미국인들과 부부 동반으로 송별 모임을 가졌다.
4년간 일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서로간에 이해의 폭이 넓어졌는데 이별하게 되어 서운한 감정이 많이 든다고 했다.
특히 부사장 스티브(허리케인 리타 때 스티브의 별장으로 피난을 갔다)와는 사람들이 twin brother라고 할만큼, 비록 생긴 것은 다르지만 형제처럼 가까이 지내기도 했다.

 

뷔페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사장님은 작은 선물을 주며 그간의 업무 수행에 대해 치하를 해 주었다.
돌아서는 길에 스티브는 어려운 일이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 꼭 전화하라며 당부하기도 했다.

 

오늘로 휴스턴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되었고 내일 거래처와의 조찬 모임이 끝나면 남편은 주재원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2006년 1월 5일 목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남편은 오늘 아침까지도 거래처 사람들과 아침 식사를 하며 업무를 보기로 했다며 싸둔 짐을 놓고 아침 일찍 나갔다.
그리고 12시 20분쯤 집에 돌아와 짐을 싣고 공항으로 떠났다.

 

며칠 전부터 소리 없이 울었고 어제 밤에도 베개를 적시며 울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남편 가는 앞에서는 절대 눈물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눈물 많은 나는 참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잘 가라는 소리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말았다.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서운함과 아쉬움에 집에 들어와 소리내어 한참을 울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다.

 

며칠 전부터 우울했지만 더 이상 우울해 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 더 울지 않을 것이다.
혼자 떨어져 사는 남편을 위해 나 또한 여기서 최선을 다해 살 것이고, 아이들을 위해 용감한 엄마로 살아갈 것이다.

 

 

*단골 블로거님들, 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용기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제 힘차게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제의 송별회에서 이임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스티브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갔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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