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작은 내 나라의 큰 차.

김 정아 2005. 11. 19. 07:36

2005년 11월 18일 금요일

 

남편은 회사에서 차량을 지원 받는다.
지사 창립부터 남편의 부임 전까지는 차를 회사의 비용으로 사서 지사장이 탔지만, 사는 것보다는 렌트를 하는 게 경제적이라 하여 그렇게 되었다.

 

2년 기한으로 렌트를 하면 항상 새차이기 때문에 차가 말썽 부릴 일이 없고, 여러 종류의 차를 타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아니다. 사실 말하자면 여러 종류는 아니다. 그룹사의 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제한 되어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룹사 차이기 때문에 값싼 렌트비의 혜택이 주어져 상당부분 경제적으로 회사의 재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년 전에 렌트한 차가 기한이 되어 반납하고 오늘 새 차를 받았다.
외출에서 돌아오는데 집에 주차되어진 까만 차를 보고 탄성을 내 질렀다.
너무나 중후해 보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남편이 보았으면 같이 좋아할 수 있었을 텐데 한국 출장 중이어서 아쉽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앞집의 일본 히로미가 와서 차 너무 좋아 보인다며 부러워했다.

 

이럴 때 참 기분이 좋다.
내가 칭찬 받는 것처럼 우리 나라 차가 남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을 때 어깨가 우쭐거려진다.
이곳 동포사회에서도 좋은 외제차를 타고 경제적인 여유를 뽐내며 다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차만은 한국 차를 타고 싶다.
거창하게 애국이니 뭐니 이런 걸 떠나서 이렇게 훌륭한 차를 두고 다른 나라 차를 타고 싶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남편 참 곤혹스럽겠다.
텍사스의 여름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뜨거운데 한여름에 이 검정 차 속에 들어가려면 엄청난 인내가 필요할 것 같군!
차안에 놓아둔 립스틱이 녹아 흘러내리는 이곳에서 까만 차라니, 도대체 누가 검정 색을 골라 우리 남편을 힘들게 하는지....

 

 

 

*뒤에 있는 차는 제가 타는 세도나 입니다. 한국에선 기아의 카니발이라고 하지요. 저 차도 무척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