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은행에서 만난 한국어

김 정아 2005. 4. 5. 10:41
 

2005년 4월 4일 월요일

돈을 찾을 일이 있어 은행에 갔다.

평소와 다름없이 카드를 넣고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는데  한국어가 보이는 것이다.

어? 이상하다 영어와 중국어와 스페인어 설명만 있었던 것 같은데 ?....

한국어 안내문이 새로 추가 되어있었다.

돈을 찾는 것은 이미 영어로 해 왔지만 한국어 버튼을 눌러 보았다.

친절하게 한국에서처럼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다.

3년 전에 이런 ATM기계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미국에 온지 한 달쯤 지나 현금이 없어 남편에게 돈을 좀 놓고 출근하라고 했더니 신용카드 한 장 식탁에 올려놓으며 “당신이 필요한 만큼 찾아 써”라고 하며 나가 버렸다.

은행 관련 단어 하나도 모른다고 했더니 전자 사전 가지고 가서 찾아가며 스크린의 지시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나고 생각할수록 눈물이 날만큼 속상하기도 했었다.

남들은 말하기 전에 5불 짜리 ,10불 짜리, 20불 짜리 등 종류 별로 알아서 찾아 준다던데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전자사전 눌러가며 찾으라는 게 말이 되는가? 뒤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아이들 피아노 선생님 따라 나가 선생님으로부터 기계 사용을 배웠었다.

그 아픈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때 한글 안내문이 있었더라면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나 상실감도 적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여하튼 작은 일이긴 하지만 규모가 큰 미국 은행에서 한국어 설명이 나와 있다는 게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빛이 번져서 잘 보이진 않네요. 그런데 더 잘 찍을 자신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