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1일 금요일
한국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던 기념일은 발렌타인데이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진 빼빼로
데이였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이날은 정말 정신이 없는 날이다.
저마다 초코렛을 가져오고 빼빼로를 가져와 아이들의
마음이 온 종일 초코렛에 가 있다.
따라서 수업이 제대로 될 리도 없고, 수업이 끝날 때마다 우루루 이 반 저 반 몰려다니면서 남자 친구,
여자 친구에게 초코렛을 주고받는 것에 온 정신이 집중 되어있다.
거기에 쓰레기는 교실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복도, 화장실, 계단, 심지어 화단이며 운동장까지 나 뒹굴고 있어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기도 해야 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수 만원의 돈을 낭비해 대는 일도 만만치 않은 문제 거리이다.
십 만원이 넘는 바구니를
만들어 이성친구에게 주는 학생도 간혹 보이기도 했다.
결국 그것은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무분별한 상술에 휘말리는 어린 학생들이 안타깝기까지
했었다.
그런 내가 오늘은 한국의 빼빼로 데이라며 여러 개를 사서 도서관의 영어 공부시간에 가지고 갔다.
빼빼로 데이에
대해 설명하며 선생님Janet과 대만의 린다, 위니, 티나에게 하나씩을 건네주자 너무나 흥미로워하며 더 설명을 해 달라고
했다.
"숫자 1과 비슷해 우리는 오늘을 빼빼로 데이라고 한다. 요 근래에 제과 회사에서 만들어 낸 날이며 제과 회사들은
엄청나게 많은 이윤을 남겼다.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한데 모든 사람들이 빼빼로 데이는 알아도 농업인의 날임을 아는 사람은
없다.
아주 오래 전 우리 나라 사람 대부분은 농부였고 농업은 우리 나라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쌀을 미국이나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농부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농민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그들을 도울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빼빼로 데이는 너무나 가벼운 우리나라 아이들의 문화이다. 나는 빼빼로 데이를 싫어한다"
내가 한말을 그들이 얼마나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많은 부분 영문법과 발음도 틀렸을 거라
확신한다.
그들은 너무나 흥미 있어 하며 포장을 뜯고 맛을 보더니 아주 훌륭하다고 말해 주었다.
도서관 관장님인 낸시와 사서 아줌마에게도 하나씩 주고 돌아왔다.
나에게 별 의미가 없는 날이긴 해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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