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공부도 좀 하시지!

김 정아 2005. 11. 2. 07:22

2005년 11월 1일 화요일

 

큰 아이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왔다.
한국에선 내가 잔소리를 한 기억이 별로 없을 만큼 스스로 할 일을 잘 찾아서 했다.
숙제하라는 소리를 해 본적이 없고, 공부하라, 책 읽어라 라는 소리를 해 본 기억이 없다.
퇴근해서 들어오면 만화책을 읽을망정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아이였다.
그런 습관이 몸에 벤 아이라 여기 와서도 한참 동안은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했어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몇 년 지나다 보면 영어도 되고, 공부도 잘 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미국 생활에 적응을 좀 하고 학업도 어느 정도 따라간다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이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서 멀어진 것 같아 걱정이 될 정도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 해 놓고 그냥 동네 골목으로 내 뺀다.
숙제하려고 앉아 있으면 온 동네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문틈을 통해서도 들려 온다.
아이가 그런 소리를 듣고도 제대로 공부에 집중하고 있으면 오히려 비정상이긴 할 것이다.

 

동네 이 집 저 집에 농구대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웬 일인지 우리 동네 아이들은 우리 집 농구 대에서만 놀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없어도 아이들은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와 농구대 앞에 세워진 차 좀 빼 달라고 한다.

 

한국처럼 여기 저기 학원 다니면서 공부해야 하는 부담감이 없어 이 아이들의 세상이 천국처럼 좋아 보이긴 해도 어떨 땐 걱정이다.

 

미국 아이들처럼 대충 놀면서 공부하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말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한국에 가서 한국 학생들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좀 정신이 들까?

 

오늘도 아이는 달랑 숙제 하나 해 놓고 놀러 간다고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뛰어 나가 버렸다.


*오늘은 베네주엘라의 디에고라는 아이가 혼자 와서 차를 빼 달라고 해서 빼 주었습니다. 자기 집처럼 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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