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7일 금요일
오늘은 나연이 학교에서 작은 발표회가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클라리넷과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40분이나 걸려 한인타운에 나가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에 학교의 발표회
시간에 늦지 않을까 조바심을 하는데 레슨이 끝나고 가는 길이 퇴근시간과 맞물려 5분이나 늦게 학교에 도착했다.
이곳 학교 행사는 대부분 밤에 잡혀 있어 많은 아빠들도 참석한다.
아빠 대신 오늘은 나연이의 오빠가 참석했는데
우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불평을 내 비쳤다.
"발표를 하려면 연습을 많이 시켜서 제대로 하던지, 아니면 하지를 말던지, 한국 유치원생보다
못한 발표회를 보러 오라고 하냐?
수많은 학부형들 모아 놓았으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안 들게 좀 성의 있게 하면 안 되냐?"등등의
불만이었다.
여러 번 느끼는 것이지만 난 이 아이들의 발표회를 볼 때마다 한국 학생들이 생각났다.
하다 못해 소풍
때 학급 장기자랑 시간에도(지금은 장기자랑 안 하지만) 성의 있고 진지하게 연습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친구들 앞에서 자랑했지만 이곳은
'성의'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오늘 발표회도 5곡 정도의 노래에 율동 몇 가지 섞어서 했는데 노래 가사마저 못 외운 아이들이 태반이었고, 음악
선생님 두 분이 앞에서 율동을 하면 아이들이 따라했다.
4학년이나 되는 아이들의 발표회인데 한국 유치원에서 선생님 따라 율동 하듯이 하는
것에 한심스럽다는 생각만 든다.
한국처럼 일률적으로 아이들 의사와 상관없이 반강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발표회도 아무 기대 없이 갔지만 너무 따분해 중간에 하품을 몇 번하고, 내 딸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장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도 하며, 주위 사람들도 열심히 관찰하면서 앉아 있었다.
방청객의 태도가, 딸의 발표회를 관람하는 엄마의 자세가 영 엉망이라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미국 부모들은 발표회가 끝나자 기립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불어대며, 괴상한 소리까지 질러가며 환호해 주었고
덩달아 나도 박수를 쳐 댔다.
지루한 발표회가 끝나고 이탈리안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9시가 넘어
있었다.
*정성을 들여 꾸민 무대입니다. 발표회에 앞서 개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음악 선생님의 지휘 아래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앞 줄 왼쪽에서 7번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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