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스페니쉬들의 수업 태도와 한국인들의 수업 태도

김 정아 2003. 6. 28. 07:08
6월 19일 목요일

아이들과 같이 시작한 어른들의 섬머 스쿨도 이제 단 1주일만 남겨 놓고 있다.

다섯 개 학교에서 각자 실시하던 성인 영어교육이 내가 다니는 학교로 모아져 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었다.

이번 선생님은 멕시코 출신이라 스페인어에 능하다.

그리고 학생들은 한국인 3명을 제외하고는 15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스페니쉬이다.

선생님이 수도 없이 수업 중에는 영어로만 말을 하라고 해도, 급하면 그들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스페니쉬가 튀어나온다.

우리도 같은 상황이면 그렇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들을 비난하진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들과 그들의 수업 태도는 너무나 천양지차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교실에서의 정숙과 집중력과 질서를 배웠지만 그들은 수업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큰 소리로 떠들고, 코 풀고, 커피 마신다고 돌아다니고, 연필 깎으러 돌아다니고, 화장실에 들락거린다.

그 반면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참 점잖고 너무나 열심
히 공부에 임한다.

그들은 우리보다 영어 말하기를 잘한다.

어순이 같기 때문에 영어 단어만 끼워 맞추면 완전한 문장이 된다.

그러나 영어 문법은 우리가 한수 위다.

어쩌면 정통 미국인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문법과 스펠링이 더 강할 것이다.

오늘 간단한 문법이 나왔는데 멕시코 아줌마가 우리를 위해 칠판에 답을 적어 주며 우리에게 이해하겠느냐고 묻는다.

너무나 어이없어서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저 사람들 정말 웃긴다. 우리를 뭘로 보고 저러냐?"하면서 웃었다.

영어공부 안 한지가 벌써 20년이 넘었어도 스페니쉬 아줌마들보다 훨씬 더 이해도 빠르고 그들이 틀린 답도 우리는 항상 찾아낸다.

그래도 우리에 대한 호의로 생각하니 뭐 그리 기분 나쁠 것도 없고 이렇게 공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다.

그리고 사실 선생님이라는 사람도 상냥하고, 친절하고, 예쁘긴 하지만 수업에 대한 믿음, 특히 문법에 관한 믿음은 전혀 주지 않는다.

항상 뒤에 있는 풀이를 보고 답을 말해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틀린 답도 여러 번 말한다.

이번 선생님뿐만 아니라 스미스도 문법과 스펠링에 약해 항상 사전을 찾아보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가까이 지내는 어느 분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분은 이곳의 미국인 회사에 근무한다.

미국인들이 기안을 해서 결재를 받으러 오는데 항상
스펠링이 틀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펠링을 한국인인 자기가 항상 고쳐 준다는 것이다.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하는 기안은 자기에게 먼저 가지고 와서 스펠링 뭐 틀린 것 없느냐고 물어본 다고 하니 참 우습다.

우리 나라 학생들의 맞춤법도 거의 위험한 수준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자기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사랑하고 바르게 지켜 가는 것은 국민 된 이가 가져야 하는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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