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

김 정아 2003. 6. 28. 00:14

6월 23일 월요일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Hough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에그 롤 만드는 것을 Hough이 설명했는데 도대체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Hough는 베트남 아줌마다.

그래도 그녀는 6년이나 여기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

발음이 나빠도 미국인들이 다 알아듣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마켓에 가서 뭘 찾으려고 물어보면 꼭 몇 번씩 나에게 되묻곤 한다.

영어 선생님이 이번 주말에 뭘 하겠냐고 학생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한 한국엄마가 water park에 가겠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알아듣는 것이다.

여러 한국엄마가 옆에서 한참을 거들어서야 겨우 선생님이 알아들었다.

지난 번 탈로우드에서 젊은 여 선생님이 한 시간동안 'culture shock'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도대체 뭐에 대한 이야기인가 멍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문화 충격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고 황당했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조차도 미국인의 입을 통해서 들으면 전혀 생소한 언어가 되어버린다.

미국식 발음은 우리가 배운 영국식 발음하고 많은 차이가 난다.

T발음을 우리가 배운 식으로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D 또는 L 발음정도로까지 굴려야 한다. 난 도저히 안 된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면 케이리로 가면 된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도대체 케이리가 어디야?

아무리 표지판을 유심히 들여다봐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나중에 Katy인 걸 알고 '문제의 T'라고 별명을 붙였다.

우리가 배운 데로 하면 케이티가 되어야지 어떻게 케이리가 된단 말인가

그렇지만 유럽 사람들은 t발음을 확실히 한다.

지난번에 노르웨이 아줌마를 수영장에서 만났는데 비가 와서 수영장 물이 더럽다며 dirty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더티라고 했다.

미국사람이라면 더리라고 했을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배운 R발음.

brother, father ,mother등의 r발음, 우리는 철저하게 묵음으로 배웠다.

그러나 여기서는 철저하게 발음을 해준다.

여기 와서 얼마 안 되어 원석이가 마덜 파덜 하기에 "그게 아니고 마더 파더라고 하는 거야" 했더니 엄마는 그것도 모른다고 오히려 나한테 큰소리를 쳤다.

정말 이곳 사람들에게 묵음의 r발음은 없다.

70년대 말 80년대 초반에 중 고등학교를 다닌 우리시대만 그렇게 배웠는지 아니면 나만 그렇게 배웠는지 모르겠다.

일본인이나 중국인은 한국인의 말을 알아들어도 어지간히 매끄럽지 않으면 미국인은 절대로 못 알아듣는다.

summer school에서 나연이와 같은 반이 되어 얼굴이 익은 일본 아줌마와는 아침마다 몇 마디 씩 나눈다.

내 말을 다 알아듣고 나도 그 아줌마 말을 거의 알아듣는다.

그 아줌마가 비록 스페샤루, 어바우뜨, 매그도널드라고 해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다.

다음주에 한달 간 일본에 가기 때문에 다음주에는 그 집 두 아이 다 summer 스쿨에 안 간다고도 했다.

절대로 긴장되지도 않고 주눅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미국인이 "What?"이라고 하면 금방 입이 다물어지고 만다.

이 언어의 벽을 무슨 수로 깬단 말인가?

아마 이 고민은 내가 한국에 돌아가는 날 까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