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마지막 수업

김 정아 2003. 5. 22. 05:38

5월 19일 월요일

오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해 수술한 후의 2주간 외엔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했다.

아마 듣기는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아직 반도 못 알아듣지만 나 스스로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1교시만 하고 같이 점심을 먹고 한 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프란세스와 함께 멕시칸 음식점에 가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불행한 소식이 들려온다.

학교를 출발해 오다가 교통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식당이 조용해지면서 다들 놀란 모습이다.

난 우리 선생님인 SHONGH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해도 항상 친절하고, 항상 밝게 웃으며,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한국에 돌아가 다시 교단에 서게 될 때 저런 선생님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문화는 다르지만 나의 본보기가 되고도 남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느끼는데 사고를 당했다니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녀의 남편이 사고 현장에 나가 일을 빨리 수습했고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 바로 오겠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조바심을 내고 기다린다.

숑이 남편과 함께 들어오는데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우리를 보자 울음을 터트리며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는데 너무 속상하다.

여하튼 프란세스와 구미코와 같이 주문한 멕시코 음식을 먹고 종강식을 마쳤다.

6월에 아이들 섬머 스쿨과 더불어 어른들도 같이 공부하는데 각자의 계획 때문에 못 오는 사람들이 많다.

구미코는 두 달 동안 일본에 가고, 프란세스는 이사를 가게 되어 더 이상 우리와 같이 공부할 수 없고, 완타니의 아이들은 어떤 프로그램에도 안 가기 때문에 집에 같이 있어야 되어서 나랑 친한 외국 사람은 아무도 안 온다.


나는 여하튼 그곳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5월 20일 화요일.
방학을 2일 앞두고 아이들 학교에서 picnic을 간다고 했다.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먼 곳에 차 타고 가는 것은 아니고 학교 운동장의 잔디밭에 앉아 부모들과 점심을 같이 먹는 작은 행사이다.

샌드위치와 과자를 좀 싸고 돗자리를 마련해서 학교에 갔다.

점심 시간이 되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무 밑으로 나오셨다.

우리는 yesil네 가족과 함께 자리를 펴고 점심을 같이 했다.

전에 yesil의 생일 초대에 갔기 때문에 그 엄마와 안면이 있었고, 나연이와 친하게 지내고, fit kids에서도 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스페니쉬 계통의 발음이 묻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터어키 사람이었다.

유럽 끝과 아시아 쪽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해 주는데 지도를 찾아보니 유럽의 흑해 아래쪽에 위치한 나라이다.

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의 한국 친구 이야기를 해주며 너무나 반가워한다.

여기서 15년간 살았고 yesil도 여기서 태어났다고 한다.

발음은 좀 부드럽지 않지만 영어를 참 잘한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오래 되긴 했다.

나도 15년쯤 살면 저 정도는 되겠지? 하며 대화 중에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올 여름 방학 동안 아이들과 터키에 가서 한달 정도 있다가 온다고 한다.

우리도 내년쯤엔 아이들 영어 걱정을 좀 덜텐데 한국에서 방학을 보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