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80이 넘은 멕시코 할머니의 학구열

김 정아 2003. 4. 19. 00:06

4월 17일 목요일

오늘 수업에 들어가니 MRS.Shonh이질문지를 한 장을 주시면서 학교를 돌아보며 답을 작성해 오라고 했다.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이름이며 ,비서이름, 학급 수, 학교 역사, 학교에 트랙이 있는가, 랙커가 있는가, 도서실에 영어권 이외의 책이 있는가, 오피서 이름이 무엇이고 카운슬러 이름이 무엇인가 등 18문제를 주며 영어를 사용해서 답을 적어오라고 했다.

한 팀 당 인원이 4명이 넘으면 안되고 세 네 명이 조를 이루어 구석구석 다니면서 보이는 사람과 영어로 대화를 하라고 했다.

나이 들면 정직도 없어지는지 오피스에 가서 한사람이 영어로 물으면 모였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같은 답을 적었다.

그래서 거의 10분만에 모든 사람의 답안지가 공통이 되어 끝났다.

간혹 사람마다 스펠링 한자씩이 틀려 컨닝한 흔적이 역력한 답안지로 교실에 와서 다시 컨닝을 해가며 18문제를 풀었다.

솔직히 난 한문제도 내 힘으로 풀지 못했다.

교실로 돌아온 선생님은 어이없어 하며 답을 불러 주었다.

선생님 의도는 영어 한마디라도 더 해보게 하려는 거였는데 다 컨닝을 했으니...

답을 맞추고 거의 30 분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80이 넘은 멕시코 할머니가 그때서야 헐레벌떡 들어오셨다.

너무나 기분 좋은 얼굴로 답을 다 달았다면서.

우리는 벌써 끝나 책을 나가고 있는데.

그 할머니의 진실과 학구열에 모든 사람이 우레 같은 박수를 쳐주었다.

아마도 영어가 서툴렀을 것인데 그렇게 최선을 다해 온 할머니가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저 할머니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감동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할머니는 우리 동양인을 보고도 항상 웃는 얼굴로 큰 목소리로 인사한다. 스페니쉬로.

우리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하얀 머리 가득한 할머니가 영어 공부하겠다고 앉아
있으면 정말 영어 단어가 머리에 들어오긴 하는 걸까?

그래도 안 빠지고 가장 편안한 얼굴로 손녀 같은 우리들과 열심히 공부한다.

나이 들어도 저런 모습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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