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미국인 친구집에 초대 받다.

김 정아 2003. 4. 9. 02:48
4월 5일 토요일

역시 한국인인지라 한국사람 집에 초대 받아가거나 초대하는 경우는 아주 많다.

그러나 오늘은 남편의 비즈니스 관계로 알게 되어 꽤 오랜 동안 친분을 유지한 미국인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미국인을 사귀어 본 적이 없어 그들의 문화는 실제 잘 모르는 편이다.

방문하면서도 뭘 사가야 하는가?

옷은 정장을 입어야 되는가?

영어도 못하는데 분위기를 깨면 어쩌나?

여러 가지 걱정을 많이 했다.

치마에 편한 세미 정장을 하고 국화 화분 하나를 사서 꽤 먼 거리를 운전해 갔다.

주인 부부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지난 번에 집을 사려고 여러 집을 방문했을 때도 나는 그들의 인테리어에 기절 할 뻔했는데 오늘 이 집도 정말 장난이 아니다.

벽 곳곳을 빼놓지 않고 뭔가를 붙이고 걸어놓았는데 전혀 답답하다는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멋있었고 곳곳에 배여 있는 우아한 풍치는 나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우리는 곧 한국에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별 장식을 하지 않고 심플하게 산다.

이사 들어 올 때 산 가구만으로 충분하고 더 늘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국인 집이라면 음식을 준비하느라 이미 음식 냄새가 진하게 풍겨 나왔을 텐데 부엌의 개스렌지 위에서도 아무런 음식을 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먼저 음료수 한 잔씩만을 권한다.

안주인과 잠시 얼굴을 익히고 있는데 초대받은 이가 우리가 전부가 아닌 듯 미국인 두 가족이 더 들어온다.

남자들은 뒤뜰의 수영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여자들은 부엌의 의자에 앉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영어 서툰 것을 알고 쉬운 말로 대화를 이끌었다.

아니, 그런데 내가 그들의 말을 많이 알아듣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뭔가 질문을 하면 되묻지도 않고 대답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난 너무나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유가 다 있었다.

그 집의 안 주인은 초등학교 E S L교사였고, 다른 나이가 지긋한 한 분은 휴스턴 대학의 E S L 교수다.

더구나 휴스턴 대학의 교수는 3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했다니 나 같은 사람 말시키는 데는 통달한 사람일 것이다.

어려운 단어일 것이라 생각하면 먼저 나에게"YOU KNOW-----?"라고 먼저 묻고 내가 잘 모른다고 하면 자세하게 쉬운 말로 설명을 계속 해 주었다.

나는 그녀의 배려로 살며시 그들의 대화에 끼일 수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한국 학생들을 가르쳐 왔고 지금도 자기 클래스에 3명이나 되는 한국 학생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신문은 예전에 주로 세로 쓰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던가? 지금은 거의 가로쓰기일걸?), 한국인은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된다는 것도 , 한국의 고등학생은 대학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한 밤까지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것도, 나이가 굉장히 중요해 친구의 개념이 같은 나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듣고 있던 다른 아줌마들은 깜짝 놀라면서 정말이냐고 연신 물어본다.

한자에 대해서도 궁금해 해 나의 전공을 동원해 한국과 일본, 중국의 발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밖에서 구운 스테잌과 ,야채 샐러드, 감자 찜만으로도 너무나 훌륭한 식사가 되었다.

더구나 뒤뜰에서 수영장을 배경으로 하는 식사는 황홀하기까지 해서 나와 남편은 뷔페로 마련한 음식을 두 번이나 먹게 되었다.

그 집에 머문 4시간 가까이 처음 생각과는 달리 편하게, 그리고 영어 공부까지 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