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8일 목요일
뉴 올리언즈에는 남편의 거래처 주재원 가족이 살고 있다.
협력 업체의 최 지사장님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상륙하기 전, 8월 27일 토요일에 뉴올리언즈를 빠져 나왔다.
작년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별다른 위험 상황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여벌의
옷 한 벌씩과 간단한 세면도구와 개 한 마리만 데리고 휴스턴으로 왔었고 오는 도중에도 하루 이틀만 지나면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조금은
여행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카트리나는 진로를 바꿔 뉴올리언즈를 강타했고 집에 돌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수많은 뉴올리언즈 주민들로 호텔을 잡기도 너무 힘들어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겨우 하루 밤을 묵었고, 다음 날에는 체크인을 다시 할
수 없어 우리 집에 오시게 되었다.
뉴스에서 계속 이 사태가 장기화 될 거라고 해 어렵게 어렵게 우리 집에서 50분이나 떨어진 곳에 일 주일을 투숙할
수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하루 한 시가 급한 11학년에 다니는 딸을 위해 지사장님이 아침에 서점에 데려다 주면 하루종일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하다 퇴근길에 데려가는 일이 계속 되었다.
적어도 뉴올리언즈가 복구되기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말에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아파트를 얻었다.
수만의
뉴올리언즈 주민들이 가까운 휴스턴으로 빠져 나와 평소에는 빈집이 많은 아파트가 꽉 차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겨우 얻은
집이었다.
난 미국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놀랬다.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고 공급이 없다면 당연히 아파트
렌트비는 자꾸 올라가야 할텐데 하향 평준화가 되어 뉴올리언즈 주민이라고 하면 조금 내려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뉴올리언즈로 들어가는 고속도로가 2일간 개방된다고 해 지사장님 내외가 힘들게 다녀왔는데 역시나 반 넘게 집에
물이 차 집안은 엉망이 되고 침대 메트리스 위, 서랍장까지 온통 곰팡이 냄새가 진동해 건질 게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간신히 아이들 책과 옷가지 몇 개 건져 왔다고 했다.
다시 휴스턴에 돌아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등록을 해 아이들 문제는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지사장님
말씀이 " 주재원 나와 처음으로 해야 하는 일을 두 번이나 하고 있어요. 애들 학교 보내는 것, 아파트 얻는 것 작년에 다 했는데 난 왜 이렇게
일복이 많을까요?"
아무 증빙서류가 없는데도 운전면허증 하나 보여주니 아이들에게 가방도 나누어주고 점심도 무료로 제공해 준다고 하며
부모님들도 점심 먹을 곳이 없으면 언제든 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제 조금 안정을 찾은 사모님은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물건은 홍수에 떠내려가거나, 약탈당해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이 겨우 몸 하나 건진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는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이 있어
괜찮다, 대피하면서 차 한 대를 좀 높은 지역에 두고 왔는데 정말 다행으로 차에 아무 피해가 없어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것 건졌다 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행운이라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그 누구에게 원망할 것인가?
앞으로 휴스턴에서의 생활이 불편할 게 많을 것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면 그래도 희망은 보이리라 생각한다.
*도서관 앞에 걸린 텍사스 주기와 미국 국기.조기로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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