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영어 말하기 듣기 테스트를 받다.

김 정아 2003. 1. 26. 00:06
1월 21일 화요일

어제는 마틴 루터 킹의 탄생일이었다.

관공서나 회사원들은 정상 출근을 했지만 학생들은 휴일이었다.

다른 공휴일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월요일이어서 3일간 느긋하게 놀 수 있었다.

우리 큰 아이 말로는 루터가 흑인이라는데 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좀 놀랐다.

어쨌든 집에 있으면 아이들이나 나나 피차간에 스트레스 받을 건 뻔해 영화나 보자며 나왔는데 두 편이나 보게 되었다.

우리 남편은 표 한 번 끊어서 두 프로를 보면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한다며 그게 절대 비도덕적인 건 아니라고 해서 양심이 좀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두 편을 보고 나왔다.

상영관이 20개가 넘는데 입구에서 표를 보여주고 나면 영화관 안에서는 절대로 제지할 수가 없다.

20개가 넘는 상영관 입구에 따로 따로 검표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화영화와 잭 캥거루라는 영화를 보았지만 나는 그림만 볼뿐이다.

당연히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5학년인 큰 아이는 이제 만화영화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만화 그림이 그려진 양말도 신으려 하지 않고 옷에 만화그림도 이젠 딱 질색이다.

커 가는 과정인가보다.

오늘은 E. S. L에서 영어 말하기 듣기 Test가 있었다.

실력이야 바닥에서 헤매는 게 너무나 뻔하지만 일대일로 말 한마디 들어보고 해 보는 것도 공부다 싶어 정해 놓은 시간에 갔다.

point라는 말에 '가리키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이 왜 나중에야 생각이 나는지.....

"당신 신체에서 눈을 가리켜 보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 헤매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왕좌왕해 결국 A∼F 단계 중 겨우 B에서 C단계 사이.

사람들은 내가 어학을 전공해서 영어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데 노력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된다.

학교 갔다와서 예습을 하나, 복습을 하나.

가방 던져놓고 다음 날 그 가방 다시 가져가니 무슨 영어가 늘까?

학교에 복직해도 공부 안 하는 아이 나무랄 자격이 나에게는 없다.

그래도 올해 나의 E. S. L 목표는 절대로 학교에 결석하지 않는 걸로 정했으니 그것으로라도 위안을 삼고 살아보자.

그리고 난 Mrs. Shonh이 무지하게 좋다.

비록 나와는 개인적인 말 한 마디 주고받은 적은 없지만 너무나 성실하게 수업에 임한다.

다른 사람들이 더듬거리며 말을 해도 끝까지 들어주고 다양한 교수법으로 재미있게 가르친다.

항상 웃는 얼굴로 수업에 임하는 걸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못 알아들어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묘한 비법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나도 저런 선생님이 되어야지'라는 생각도 한다.

지난번에는 숙제를 해 온 사람에게 식당의 아이들 무료 식권까지 나누어주었다.

나도 두 장을 받았다.

숙제가 뭔지 못 알아듣는 날은 어쩔 수없이 못해가도 알아듣는 날은 꼭 해 가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빨리 한 마디라도 나누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며 하루도 빠지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