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처음으로 미국 병원에 갔다.

김 정아 2003. 1. 11. 00:59
9월 26일 목요일

한국에서부터 1년에 서 너 번씩 속을 썩이던 중이염이 여기 와서 벌써 두 번째 발병했다

7월은 심하지 않았는지 약 먹고 그냥 지나갔다.

지난 금요일부터 한국 이비인후과 병원을 찾았으나 없어 내과에 가서 약을 처방해 먹었는데 나을 생각은 안하고 통증이 심해지며 고름까지 줄줄 흘러내렸다.

얼마나 아픈지 혹시 귓속에도 암세포가 자라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고 철 들고 처음으로 육체적인 아픔 때문에 울기도 했다.

남편이 일주일간의 출장으로 무지 바빠서 병원에 데려갈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가 어제 간신히 예약을 하고 오늘 미국병원에 갔다.

아주 친절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은 미국인 의사는 지대한 관심으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했고 남편의 영어 실력이 굉장하다며 어디서 배웠냐고 놀라워했다.

치료실에 누웠는데 남편이 보니 엄청난 양의 노란 고름이 나오더라고 했고 한쪽 귀에서는 손톱 만한 귀지가 나왔다고 했다.

지난 7월 고름이 나온 것이 치료가 안 되어 귓속에 귀지로 남아 있었나보다.

한국 이비인후과랑 다르게 치료받는 데 마음이 편했다.
한국에서 상태가 그 정도라면 계속 일주일은 다녔을 텐데 약을 처방해 주더니 10일 이후에나 오라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커다란 차이점 중의 하나이다.

기침 몇 번하면 병원 데려가고 하던 것이 우리의 습관이 되었다.

이웃 한국인의 아이가 감기 걸린 것 같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웃으면서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 되었지요? 여기는 감기로 병원 안 다녀요." 하면서 시럽 있으면 그거나 먹이라고 하며 예방 접종이나 하고 가라고 해서 열 나는 아이에게 예방 접종을 하고 왔다며 웃었다.

어지간히 큰 병이 아니면 병원을 안가고 우리처럼 약을 독하게 쓰지도 않고 주사도 잘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항생제 남용이 우려된다는 그간의 보도가 결코 헛됨이 아님을 실감했다.

병원에 다녀온 후로 기분이 좋아지고 고름이 나오는 것도 현저하게 줄었다.

이번 주엔 영어 공부하러 하루도 못 갔는데 선생님이 나 왜 안 오냐고 물었다고 한다.

웬일이야?

1,2교시 거의 6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를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나를 어떻게 알았을까?

수업 시간에 말 한마디도 못하고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했는데 .

가끔 눈을 맞추긴 했고 선생님이 우리 있는 쪽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정말 이상하다.

다음 주부터는 열심히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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