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추수감사절에.

김 정아 2003. 1. 11. 00:54

11월 28일 목요일

추수감사절이란 이 땅에 사는 이들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보통의 명절은 공휴일이 하루인데 추수 감사절은 11월 넷째 주의 목, 금요일이 공식 연휴이다.

그래서 토요일, 일요일까지 연결해 4일이나 되는
황금연휴가 된다.

여름 휴가 이후로 그럴듯한 외출을 해 본적이 없어 단 하루라도 근사한 여행을 해 보고 싶어 생각한
끝에 가깝고 그런 대로 볼거리가 많은 샌 안토니오를 다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아침 6시 30분에 지우네 가족과 만나 3시간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난 여름 아이들의 여름방학 시작에 맞추어 한 번
다녀 온 후 알라모의 모습도 이젠 곳곳에 낙엽들이 뒹굴고 거리의 모습도 가을빛을 더해가고 있었고 사람들도 추위에 무장할 만큼 옷들을 껴입고 있었다.

지난 오월엔 씨 월드에서 하루를 보내느라 다운타운 가엔 와 보지 못했다.

리오그란데 강에서 물을 끌어와 인공적으로 강을 만들고 거기에 조그만 배를 타고 돌아보는 다운타운은 아기자기하고, 곳곳에 서 있는 호텔들은 얼마나 근사해 보이는지 하룻밤 묵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밤에 보는 River Walk의 정경도 환상을 자아내게 했다.

수많은 작은 전구들의 행렬이 마치 성탄 전야 같은 화려함과 지난 8월에 보았던 라스베가스의 휘황함을 생각나게 했다.

도심한가운데 서있는 전망대 주위의 작은 폭포와 공원들은 마음을 풍성하고 평화롭게 만들어 주고 있었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샌 안토니오는 황량한 휴스턴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스릴을 느껴 가며 아이맥스 영화 한편을 보고 동물원에 갔다.

아이들은 동물원 지도 하나씩을 들고 신이 나서 뛰어다니며 어른들을 안내했고 새장에 들어가 옷이며 손에 한 마리씩 달라붙은 새들로 너무나 즐거워했다.

저녁까지 먹고 나자 8시가 되어있었고 주위는 벌써 깜깜해졌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아침부터 옹골차게 시내 관광을 해서 녹초가 되었고 차에 타자마자 모두 곯아 떨어졌다.

휴스턴에 돌아오자 우리는 또 주재원들의 모임인 바오로회에 갔다.

추수감사절 음식을 하나씩 해서 모이기로 했는데 우리는 너무 늦어 버렸지만 아직까지 해산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 내내 선다운 학교에서 추수감사절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필그림과 인디언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날 먹는 그들의 음식에 대한 공부였는데 물론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는데 거기서 들었던 터키, 얌, 크렌베리, 호박파이 스터핑, 옥수수 등 모두 조금씩 맛볼 수 있었다.

내년쯤엔 나도 이런 음식들을 만들어 진정한 추수감사절의 기분을 느끼는 데 동참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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