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성탄전야!

김 정아 2002. 12. 30. 05:13

12월 24일 화요일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에서의 성탄 이브는 휘황한 네온사인과 경쾌한 캐롤송 ,어깨를 부딫히며 걸어가는 수많은 행인들, 커피 점마다 붐비는 손님들로 초만원을 이루며 저마다 젊음과 기쁨을 나누려는 사람들로 분주했었다.

식당마다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즐거움을 나누고, 백화점마다 門前成市를 이루는 人波들로 흥겨웠고 그래서 꼭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예수 성탄을 축하해 줄 수도 있었다.

여기와서 처음 맞는 성탄전야!

서울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기겁을 할 정도이다.

2주 전부터 학교 선생님들과 아는 이들의 선물을 준비하느라 너무나 바쁘게 매일 쇼핑센터를 돌아다녔다.

서울에서야 두 아이의 작은 선물만 준비하면 족했다.

여기는 일년 중 선물을 가장 많이 주고받는 명절이다.

이 사람 것을 사면 저 사람이 서운해지고 다 준비했나 싶으면 또 부족하고 남편의 아는 사람 것까지 챙기려니 보통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내년엔 목록을 잘 작성해서 올해처럼 헤매는 일은 안 해야겠다.

오늘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과 조카의 선물 챙기는 걸로 모든 게 끝났나 싶어 한가하게 있는데 남편은 또 한사람 빠졌다며 전화가 왔다.

6시쯤 부랴부랴 자주 가는 할인점에 갔는데 벌써 문을 닫고 영업이 끝나 버린 것이다.

'참 사람들 이상하네 이런 대목에 문을 닫아버리면 얼마나 손해를 볼까'하며 다른 곳에 갔는데 거기도 영업이 끝나 버렸다.

그러고 나서 자세히 보니 쇼핑센터란 곳은 모두 문을 닫아 버렸고 그 넓은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는 것이다

그 곳 뿐만이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이탈리아 음식점이나 불란서음식점등 모든 식당, 대형 마켓도 모두 썰렁했다.

이제야 좀 감이 잡힌다.

오전에 마켓에 갔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붐볐고 주차장에 주차 할 곳을 찾느라 한참 돌아다닌 일과, 아는 사람이 작년 성탄전야에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을 하려고 나갔다가 한참을 찾아다녀도 문 연 식당을 발견하지 못해 집에 와서 라면 끓여 먹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여기는 성탄전야와 성탄절에 아무도 일을 안 한다고 했다.

맞다!

그런다고 했는데 남에게 들어도 주의를 갖지 않으면 모두 잊어버린다.

스스로 체험해서 얻는 지식과 경험은 결코 잊어버리는 법은 없지!

내일 외식하겠다고 식당 찾아다니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참, 내일은 가까운 곳에 가족끼리 다녀오기로 했는데 그것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서울과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길거리에서 캐럴송을 들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썰렁하고 황량한 기분까지 든다.

여기 사는 미국인들이 한국에서 성탄 전야를 맞는다면 아마도 내가 느낀 것 보다 다 황당할 것 같다.
기절은 안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