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병원을 다녀와서.

김 정아 2002. 10. 29. 04:40

10월 25일 금요일
병원에 갔다.
29일, 오전 7시 30분 수술을 앞두고 사전 검사를
받고 의사의 여러 가지 설명을 듣기 위해서.
한국에서 1년에 서너 번씩 이비인후과 치료를
약 7년 간이나 받았다.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일이 많아지며 그래서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 몸에 칼을 대고 수술하는 마음을 먹는 게 보통 겁나는 일이 아니다.
평소에는 시간도 없었고 방학이 있다 해도 또 나름대로 바쁜 일이 많기 때문에 수술할 엄두를 못 내고
아플 때마다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고 말지
수술은 안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여기 와서는 고통의 강도가 너무 심해져서 잠을 못 잘 정도가 되어 남편의 강요에 못 이겨
수술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이곳의 의료비가 거의 살인적인 지경이라 한국에
나가서 수술을 하고 올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으나 아이들 학교 문제 등 내가 오랫동안 집을
비울 상황도 아니고 다행히 회사에서 가입해준
보험이 우량보험이라 총액의 10%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그리 큰 부담이 아닐 것 같아 여기서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는 교민들이 수술을 받으러 한국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비록 의료보험이 없어도 비행기 삯을 제외하고도 여기보다 싸기 때문이고 수술 일정도 많게는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같은 예비자 한 사람도 척추 수술하러 2주전에 한국으로 나갔다.
한국 의사들이 미국보다 의료비가 턱없이 싸다고 말하는 것도 여기 와서 보니 정말로 실감이 난다.
눈 부위가 찢어져 밤에 응급실에 가서 4바늘을
꿰맸더니 1500불이 넘었다거나 여자들의 경우 물혹이 생겨 수술해야 할 경우 1만 2천불이 된다고 하니 (무보험의 경우) 가히 생계마저 위협하는 수준이다.
한국인이 하는 병원은 조금 싸게 해줘서 8천불.
자궁 내 피임장치를 할 경우 제품 값만 받는다고
해도 600불
그나마 한국 병원의 경우 교민들을 생각해서 그 정도지 미국 병원은 600불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러니 한국의 병원은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여기는
항상 한산하고 한국처럼 매일 오라는 소리도 안 한다.
내 경우 4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바로 퇴원이고
통원치료도 없다고 한다.
처방해준 약만 사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집안 일을 도와 줄 사람을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 봤으나 멕시칸은(시간당 7불) 구하기 쉬우나 한국인을(시간당 10불) 구하기가 어려워 당분간 가족 모두 불편을 감수하고 남편이 집안 일을 회사 일과 병행하기로 했다.
청력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고막 재생수술 서류에 사인을 하고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나서는데 마음이 무겁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뭐든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하기로 했는데, 거기에 절대로 병원 경험, 특히 수술 경험까지야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겁도 나지만 한국에서 내가
아직까지 교사로 일했다면 절대로 이런 기회는
내게 오지 않았겠고 그러면 보청기를 끼고 살아야 했을 텐데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려고 열심히 노력중이다.


* 저의 근황을 알려드리려고 하다보니 글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다음번 칼럼에 5월 31일'고속도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