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Leo, 화상이 더 심해졌네

김 정아 2022. 10. 7. 11:59

2020년 10월 4일 화요일

우리 가게 빵굽는 아저씨는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멕시코 사람이다.
영어로 월요일 , 화요일, 수요일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10이 넘어 가는 숫자도 나하고 의사소통이 안 된다.
그 아내는 우리 가게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싼다.
그 아내가 통역을 해서 나는 레오와 의사소통을 한다.
그렇다고 그 아내가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말은 조금 하지만 I don't know같은 문장은 영어로 쓰지 못해 문자를 보내오면 한참 생각을 해야 한다.

여하튼 그 레오는 two job을 한다.
오전에는 우리 가게에서 빵을 굽고 오후엔 중국 식당에 가서 설거지를 하고 요리하는 것을 조금 도와 준다.
그런데 지난 주에 왼쪽 팔에 붕대를 감고 왔다.

깜짝 놀라 왜 그러냐고 했더니 중식당에서 기름에 음식을 하다가 기름이 완전 튀어서 팔꿈치 아래로 손목까지 아주 넓은 부위에 물집이 잡히고 화상을 입은 것이다.
물집이 완전 크게 잡혀 그게 터지고 살갗이 벗겨지면 엄청 고통스러울 것 같아 그 팔로는 일을 못 할 테니 하루 쉬어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원래 쉬는 일요일과 월요일 하루를 더 쉬고 나왔는데 상처가 더 심해진 것이다.
중국 식당에서 무슨 조치를 안 해 주었느냐고 했더니 일 주일을 일을 못 나가고 있는데도 거기서는 괜찮느냐는 전화 한 통이 없다는 것이다.
two job을 뛰어 간신히 먹고 사는데 사고 당한 직원을 그대로 방치하는 중식당 주인도 참 양심이 없다.
내 직원이기도 해서 200불을 주며 약을 사서 잘 바르라고 당부를 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또 후회를 했다.
내가 저 부부한테 1불이라도 내 주머니에서 더는 안 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또 주어 버렸네!
레오는 말 없이 자기 일을 잘 하지만 그 아내는 나하고 12년을 일을 했어도 나에 대한 배려가 정말 눈꼽만치도 없다.
조금만 힘들면 온갖 불평 불만에 어떤 때는 나를 가르치려 한다.
티켓에 샌드위치가 5개 이상 적혀 있으면 꼭 하나는 빼 먹어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지금도 그 Alicia가 내는 실수가 제일 많다.
바쁜 날 그렇게 실수가 나면 정말 미쳐 버릴 지경이다.
거기에 점심 시간에 화장실 가서 전화를 하고 오는 지 자리를 비운다.
엑스트라로 가게 일을 뭐 하나 하는 법도 없다.
다른 직원들은 한가한 시간엔 오븐 청소도 하고 타월도 깨끗이 빨아 말려 아침이면 잘 개켜 놓기도 하고 그릇이 잘 안 닦아 진다고 집에서 쓰던 세제도 가져오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지적을 하기도 짜증난다.
돈이 없다고 징징거려 그 부부에게 천불을 보너스로 준 적이 있었고, 어디 아프다고 하면 약 사 먹으라고, 맛 있는 것 사먹으로고 준 돈도 꽤 되는데 딱 thankyou 한마디가 전부다.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도넛도 나눠 먹고 커피도 나눠 먹으면서 나한테는 정말 쓴 커피 한 잔도 가져 온 적이 없다.가끔 내가 늦게 나오는 날엔 아침을 사오라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
나는 엘리샤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다. 더 이상 기대하지 말자고 스스로 누르고 산다.

이렇게 많은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을 한 방에 덮어 버리는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엘리샤의 가장 큰 무기가 있다.
바로 12년 내내 무단 결근은 커녕 무단 지각도 없다는 것이다.
12년 개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중고등때 못 해 본 것이 개근이다.
머리가 부족해도 꼬박꼬박 출근하는 것으로 고맙게 여기고 더 이상 돈은 주지 말자 했는데 이번에도 내 손의 200불이 레오에게 먼저 가 버렸다.

사람이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는 법인데 참 정이 안 간다.
나도 그런 사람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쓰다보니 직원 뒷담화가 되어 버렸네요.근데 제가 단점만 쓴 것은 아니니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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