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가끔 짜증 나는 손님들도 있다.

김 정아 2022. 10. 10. 06:23

2020년 10월 8일 금요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려다 몸이 너무 힘들어 가게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니 교통체증을 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가게를 나서려는데 케쉬어 한 명이 나를 찾는다.
손님이 영수증 하나를 들고 와서 환불을 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 보니 거의 70도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명이 영수증을 들고 서 있었다.
일주일도 더 지난 영수증을 들고 샌드위치 두 개 가격을 다 환불해 달라는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salami 가 다 탔다는 것이다.
사라미 두께는 거의 종이 정도되는 아주 얇은 고기이다.
오븐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이 1분 1초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 보다 더 짧은 시간이면 다른 고기들이 데워지질 않고 빵의 치츠가 녹지 않는다.
더 길게 설정되면 사라미 같은 얇은 고기들이 타기 때문에 적정 시간이 1분 1초이다.
사라미가 탔다는 불평은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없거니와 정말 탔다면 그 날 바로 가게로 전화를 해서 환불을 요청을 했어야 하는데 불쑥 나타나 샌드위치 두 개를 다 버렸으니 돈을 달라는 것이다.
사라미가 타서 두 개를 다 버렸다는 말도 난 1%도 동의 하지 않는다.
실상은 두 개를 다 먹었고 트집 한 번 잡아서 돈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를 길 가는 아이들도 다 알아챌 것이다.

난 손님들의 불평이 정당하면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고 새로 만들어 준다.
마요네즈를 넣지 말라고 했는데 넣었다는지, 상추를 빼라고 했는데 넣었다든지 이런 불평들엔 군소리를 할 필요도 없이 다 버리고 다시 만들어 준다.


대신 터무니 없는 요구에는 절대 굽실거리지 않는다.
가장 신선한 재료로 손님들이 지불하는 댓가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 음식을 판다.
머무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손님들이 나간 테이블은 그 즉시 청소를 하고 화장실도 수시로 체크 한다.

냅킨은 안 모자라는지, 빨대나 핫 소스, 설탕,후추 같은 양념은 안 떨어지고 있는지 , 가끔은 손님들에게 샌드위치 맛이 어떠냐고 웃으며 인사도 나눈다.
손님들이 치르는 비용에 맞게 나도 최선을 다해 내 가게를 운영한다.

그런데 이 경우는 뭔가?
내가 잘못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가서 당당히 말했다. 우리 가게에서 파는 사라미가 탔을 리도 없거니와 타서 샌드위치를 다 버렸다는 말에 동의 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 하게 없으니 환불은 못 해주겠다 했더니 밖에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할아버지까지 가게에 들어와 두 개 다 쓰레기통에 버렸으니 다 환불해 달라고 막무가내이다.
나이 든 노인분들이라 내가 50%는 양보하자 맘을 먹고 그러면 내가 한 개는 환불해 주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니라며 의자에 앉아 꿈쩍을 안 한다.
나도 사무실에 들어와 추이를 지켜 보고 있는데 안 되겠는지 부엌 아저씨가 나가서 원하면 한 개는 내가 다시 만들어주지만 두 개는 못 만든다고 하니 역시나 두 개를 환불해 주던지 두 개를 다시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다이닝 룸 닫을 시간이 가까워 지고 있어 결국 내가 졌다.
저런 사람들한테 내 물건을 다시 주는 것이 너무 기분 나빠 결국 두 개 값을 다 환불해 주었다.

20불을 받자마자 쏜살같이 뛰어 나가 버렸다.

나이 든 사람들한테 이런 소리를 하면 참 안 되는 이야기지만 저 사람들은 젊을 시절부터 저렇게 거짓말 하고 크게는 남의 등을 치고 사기도 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게 당했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은 나쁘지만 더 말 섞기도 싫고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을 것 같아 불쌍하고 안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손님이 다  왕은 아니다.

나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상식 선에서 행동하는 손님만이 왕이다.



*salami가 이렇게 얇아요.

*오븐에 들어갔다 나오면 이렇게 구워져서 나오는데 이런 것을 탓다고 말하다니 참 어이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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