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오랜만에 슈가와

김 정아 2018. 7. 1. 07:59

2018년 7월 1일 일요일


 한달 전에 큰 아이는 슈가를 데리고 와서 내게 맡겨 놓고 본인은 구슬 땀을 흘리며 점심시간에도 서서 샌드위치 하나를 입에 밀어 넣으며 엄청난 강도의 실습을 했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올 때는 슈가를 데리고 왔지만 어제 LA는 혼자 돌아갔다


돌아가서 다시 한달 실습을 해야하는데 룸메이트들도 다 집으로 돌아가 슈가를 맡길 곳이 없어서다


난 지난 한 달 슈가를 암센터에 데리고 다니느라 긴장했다


오랜 암투병과 이제 나이 들어 이전에 한 미모 했던 슈가는 눈썹도 하얗게 변하고 , 혈기 왕성해서 산책 중에 고양이나 다람쥐를 보면 목줄을 끊어버릴듯 내달리고 동네를 몇 바퀴를 돌아도 집에 안 들어가려고 버팅기더니 요즘은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

심지어 동네 반바퀴를 돌고도 혀를 길게 빼고 힘들어한다

마치 몇 십년 후의 내 모습을 슈가에게서 보는 듯 하다

키모를 받는 동안에는 감염이 될 수 있으니 밖에 산책시키지 말라고 해서 몇 주 동안 못 나가다 오늘 동네 한 바퀴 돌고 왔다


갔다 와서는 지금 바닥에 퍼져 누워 있다

난 가끔 이상한 생각을 한다


우리 식구 모두 각자 자리에서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우리 식구의 모든 액운을 슈가가 온 몸으로 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심란하고 불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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