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담양 죽녹원에서

김 정아 2014. 6. 20. 04:29

2014년 6월 21일 토요일

돌아가신 아버님의 생신이 목요일이었다.

마지막 생신을 치르기 위해 형제들이 다시 모여 간단히 음식을 만들어 성묘를 마쳤다.

 

그리고 이제 나도 일주일 남은 한국에서의 시간을 친정엄마와 보내기 위해 정읍으로 왔다.

한국에 오면 꼭 해야할 일이 미장원 가는 것과 목욕탕 가는 것, 간단한 병원 진료이다.

정읍에 도착하자마자 세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해치우고 남은 시간 여동생들과 엄마와 함께 보냈다.

 

오늘과 내일 막내 제부가 쉬는 날이라 담양으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하기 위해 나섰다.

담양엔 아기자기 볼 것들이 참 많다.

2년전에 왔을 땐 메타세콰이어 길과  근처의 녹차밭을 둘러 보았고 오늘은 죽녹원과 소쇄원을 둘러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한국의 요즘 날씨는 어쩜 이렇게 환상적으로 좋은 지 청명한 날에 외출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죽녹원에 도착하니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지만 이런 인파들마저 여행의 흥을 한껏 돋우고 있었다.

여기저기 블로그나 잡지에서 보았던 죽녹원이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했는데 역시나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우뚝 서있는 모습이 선비들의 온갖 찬사와 추앙을 받고도 남을 자태들이다.

나무들 중에서도 성장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 비온 후에는 눈으로 보일 정도라 해도 저렇게 큰 나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흘렀을까?

 

이 대나무 숲이 가꾸어지기까지는 또 얼마나 유구한 세월이 지났을까 생각하니 우리의 유산으로 정성껏 보존하고 아껴야 당연하겠건만 손이 닿는 위치의 대나무들은 하나같이 낙서의 생채기를 안고 있었다.

대한민국처럼 대학 진학율이 높고 졸업자의 비율이 높은 곳은 세계의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의 시민의식은 아직도 후진국을 못 벗어나는 것 같아 마음이 쓸쓸했다.

 

나무들이 내뿜는 선한 기운으로 내 마음도 선해지는 것 같고 머리마저 맑아지는 것 같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는 여정을 마치고 동생이 예약해 놓은 민박집을 찾아가서 짐을 풀고 잔디가 푸른 마당에서 준비해간 음식들도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교회는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줄 아는 친정엄마가 교회를 빠지시고 동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