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어부지리인가?

김 정아 2011. 11. 17. 09:45

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그동안 새로 인원을 뽑아 적정한 숫자의 직원들을 데리고 일을 해서 내가 좀 편 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가게에서 일을 하던 Rene는 결국 라이드가 없어서 일을 그만 두게 되었고, 우리 가게가 second job인 이스라엘은 main job의 오너가 새 가게 하나를 더 오픈하게 되면서 트레이닝을 맡게 되어 2주간 샌안토니오에 머물게 되어 그 동안 우리 가게 일을 못하게 된다고 했다.

 

한꺼번에 두 명이 빠져서 엄청 난감한 상황인데 이스라엘은 2주 후에 복귀하고 , 우리 가게에서 일을 하다 복잡한 사정으로 그만두었던  페루 아줌마 한 사람이 12월부터 복귀하게 된다.

 

새로 인원을 뽑아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게 귀찮은 일이고,뽑게 되면 2주후에는 인원이 넘치게 되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2주만 우리끼리 버티기로 했다.

그래서 거의 풀타임으로 스케줄이 짜 있고 그 중 한 사람이라도 일이 있어 못 나오게 되면 아주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사전에 직원들에게 단단히 부탁을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결석을 하면 안 된다고 했고 직원들도 가게 돌아가는 사정을 충분히 알기때문에 꼭 나올거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직원 하나가 병원 예약이 되어 있어서 12시에 나가 봐야 한다고 했다.

모든 준비를 해 놓고 나가긴 하지만 가장 바쁜 시간에 나가게 되니 난 꼼짝도 못하고 그 직원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평소엔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바쁘면 나가서 도와 주는 것이었지만 오늘은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 샌드위치를 쌌더니 너무나 힘이 들었다.

 

오후 근무자들이 들어와서 "나 오늘 너무 피곤해서 잠깐만 사무실에서 쉴테니까 정말 바쁜 상황이 아니면 나 부르지 마"하고 일러두고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 팔이 저려서 눈을 떴다.

 

밖은 벌써 어두워졌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차로 꽉 차 있는 것이다.

우리 가게 주변엔 입주 안 한 빈 건물들이 많아서 주차장이 항상 널널하게 비어 있었는데 주위를 빙빙 둘러 차들이 서 있고,아직도  수많은 차들이 주차할 곳을 찾아 빙빙거리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 사이드의 주차장도 꽉 차 있는 것이다.

'이게 무슨일이야? 우리 가게는 손님도 없는데 왜 우리 주차장까지 꽉 차있는거야 '하고 봤더니 옆의 golden corral이라는 뷔페 집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 들어가는데 자세히 보니 줄이 밖에까지 길게 서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예약이 되어 있나보다 생각하고  '저기 사람들 좀 우리 가게로 데리고 오라'고 서로 말하면서 웃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사람들이 우리 가게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말하길 그 뷔페 집에서 오늘 5시부터 9시까지 free meal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먹으러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길게 서 있고, 줄이 너무 길어서 공짜 식사를 포기하고 우리 가게로 왔다는 것이다.

 

100%공짜인지, 아니면 buy1  get1 free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장 한가한 월요일에 우리 가게는 평소 월요일보다 훨씬 바빠져 버렸다.

아마 그 쪽 가게는 그 행사로 인해 큰 손해를 보았을 것이고 ,우리 가게는 생각지도 않은 이익을 챙기게 되었다.

그 손님들이 우리 가게의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여하튼 간에 어부지리로 내 가게 홍보도 되었으니 그 뷔페 집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행사를 더 안 하나? 하는 엉뚱한 바람도 가져 보았다.

 

*우리 가게와 주차장이 붙어 있습니다. 저 넓은 주차장은 물론이려니와 주위를 둘러 차들로 꽉 찼지만 아마 그날 이 가게는 이익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왼쪽에 조금 보이는 건물이 제 가게입니다.

 

 *저 뷔페 집 사장이 30대 중반밖에 안된 젊은 아저씨예요. 그 집에 점심 먹으러 갔다가 안면을 트고 왔어요.

규모가 저희 집 세 배는 되고 직원들도 세 배는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 넓은 주차장이 비어 있는 날에는 제 코가 석자이면서 저 가게 걱정이 더 되는거예요.

 '오늘 Tommy속이 엄청 쓰리겠네, 우리 가게야 저기에 비하면 구멍가게 밖에 안 되지만 저렇게 장사가 안 되어서 어쩌나? '하면서요.

참 이상한 게 우리 가게가 안 되는 날은 저 가게도 안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