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5일 토요일
어제는 남편 생일이어서 저녁에 직원들에게 가게를 맡겨두는 배짱을 부리고 지인 부부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아침에는 늦게 나가는 것이 익숙해져서 이젠 절대로 아침 일찍 안 나가게 되는데 어제는 저녁 시간까지 맡겨두고 나가보니 그것도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은 내가 아침에 늦게 나가는 것을 은근히 너무나 흐뭇해한다.
저녁 시간은 돈과 관련이 많아 좀 걱정도 되었고 저녁 식사가 끝나면 다시 가게에 가 보아야 하나 했는데 저녁을 먹고 나니 포만감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그냥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오늘 아침에 나갔어도 별 문제거리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내년엔 본격적으로 저녁 팀리더를 하나 세워두고 점심 시간만 끝나면 집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여하튼 어제 저녁 시간의 여유도 부렸으니 오늘은 좀 열심히 가게를 지켜야겠다 생각을 했다.
아침 10시에 문 여는 시간부터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오더니 본격적인 점심 시간이 되니 그런 난리가 없을만큼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단체 손님들도 아니고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는데 나중엔 샌드위치를 담아 낼 플라스틱 쟁반에 종이를 씌울 시간도 없었고, 테이블 위가 엉망으로 더럽혀져 있어도 닦아 낼 손길도 부족했다.
다들 땀을 흘리며 허리 펼 시간도 없었는데 2시 30분에 캐더링이 있어 딜리버리를 가면서 이제 좀 한가해질테니 돌아가면서 점심을 먹으라고 하고 30분 정도 자리를 비웠다.
돌아와서 보니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거렸는데 나 없는 사이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물론 점심을 먹을 수도 없었다고 하니 내 입에서는 미소가 번졌겠지만 직원들은 힘들었을 것이다.
메튜가 오늘 설거지 담당인데 도저히 설거지를 할 시간이 없어 내가 도와 주다가 나중엔 빵을 굽는 레오폴도가 자기 일도 아닌데 나서서 나머지 설거지를 다 해 주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정말 곁에 두고 오래오래 같이 하고 싶은 직원이다.
그런데 한 직원은 너무 힘들고 배가 고프다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채우고는 그냥 가 버렸다.
지극히 미국적인 사고 방식이다.
자기 일을 끝내지 않았어도 자기 일 하는 시간이 끝나서 가겠다는 것을 내가 붙잡을 수도 없는 것인데 너무나 괘씸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다들 바빠서 30분씩 늦게 나갔고 누구는 자기 일도 아닌데 나서서 설거지까지 하는데 한 솥 밥을 먹으면서 꼭 그렇게 인정머리 없이 해야 하는가? 했지만 내 마인드를 고쳐 먹고 이 나라 사람들의 문화를 인정해야 내가 편할 것 같지만 정말 어려울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
그간 크고 작은 일들로 나와 언쟁이 끊이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무슨 일을 시키면 좋은 얼굴 빚이 아니었지만 일은 그런대로 해서 눈 감고 왔는데 '그래 , 저 사람도 나와 오래 같이 갈 사람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었다.
내가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리고,직원들은 돈을 받고 일을 하지만 그 안에 서로 간의 인간적인 신뢰가 깔려야 오래 간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걸려도 꼭 그런 사람들을 찾아 낼 것이다.
여하튼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마음은 어느 날 보다 가벼웠다.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니 이 기록이 빨리 다시 깨지길 기원해 보지만 욕심이 너무 과하면 내 정신 건강에 안 좋으니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빵 굽는 레오폴도 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다른 누구보다 베이커를 잘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베이커를 만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지난 주 토요일에 써 놓았는데 일주일이 다 되어서야 올리네요. 아직 그 기록은 못 깨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마도 오랜 시간 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그 기록이 믿어지질 않는답니다.
그래서 욕심을 더 부리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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