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손님맞이는 신경쓰여.

김 정아 2011. 10. 20. 22:03

2011년 10월 19일 수요일

지난 주 회사에서 메일을 받았다.

사장님과 그의 팀들이 휴스턴을 방문하는데 그 중 몇 가게를 둘러 본다며 명단이 적혀 있었는데 그 중 우리 가게 이름이 딱하니 나와 있는 것이다.

'아니, 많고 많은 가게 중 왜 우리 가게지? 수 십개의 가게  중 하나로 뽑혔으니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번거로운 일이라고 해야하나? '하고 잊어 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제 또 메일이 왔다.

사장이 방문하니 특별히 신경을 써서 주방도 깨끗하게 하고 정원이 있는 가게는 정원손질도 하고 유리창도 반짝거리게 닦아 놓으라는 것이다.

속으로 난 '참으로 이상하네. 내 가게 내가 알아서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이지 사장이 온다고 이렇게 유별나게 해야 하나? 그런 것은 한국 방식이지 미국 사람들도 이러나? 일주일에 한 번씩 천불도 넘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장사를 하는데 사장과 오너들이 수평 관계에 가깝지 수직관계는 아닌데 이상하네' 하면서  직원들에게 말을 했다.

 

"수요일에 사장님팀이 온다니까 우리는 복장 깨끗하게 하고 에이프런 신경써서 미리 빨고, 머리 단정히 하자" 했는데 나이 든 직원들은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바닥이며 큰 냉장고며 싱크대까지 반질반질하게 뜨거운 물에 비누를 풀어서 청소를 해 놓았다.

중남미계 사람들과 우리의 정서가 약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다운타운의 마이클이 가게에 물건을 빌리러 와서는 자기 가게도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틀간이나 대청소를 했다는 것이다.

난 갑자기 내가 너무 신경을 안 쓰고 여유를 부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딱 드는 것이다.

토요일에 수도 파이프까지 연결해 삼면이 유리인 건물을 다 닦아 놓았는데 다시 닦기도 그렇고, 정원의 잔디며 풀 관리야 한 달에 한 번 와서 해 주는 것을 특별히 오늘 오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난 그냥 평소 모습 그대로 보여 줄란다 하고 말았다.

 

가게 키를 가지고 있는 한 직원은  내일 사장이 오는데 아침 일찍 출근해서 가게 문을 나한테 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니, 나 평소대로 10시쯤 올거야. 니가 문 그대로 열어 "하고 말은 했는데 정말 내일 일찍 출근할 정도의 성의는 보여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출근하고 나서도 사장이 온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직원들이 계속 물어본다."1시에 온다고 했는데 왜 안오냐'해서 " 어제 다시 메일을 받았는데 2시에 온대"

젊은 직원들은 이렇게 큰 회사의 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 궁금하다 했다.

 

드디어 2시가 되니 사장을 비롯해 팀들이 들어오는데 무려 15명 가까이 된 것 같다.

서너명 정도 될 줄 알았는데 그 많은 인원이 버스를 대절해서 온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이 닥치는데 아이들도 놀라고 나도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2월에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만난 사장은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고 여러 번 만난 부사장과 휴스턴 담당자는 알고 있었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하고 이름을 말하는데 처음 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게 이곳 저곳을 둘러 보고 사진을 찍고 각자 메모를 해 가며 분주했다.

나에게도 이런 저런 것을 물어가며 조언도 해주고 여러 가지 것들을 알려 주었다.

그렇게 30여분간 가게에 있다가 다른 가게를 향해 떠났다.

 

여하튼 손님맞이는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다.

큰 신경은 안 쓴 것 같아도 방문단을 보내고 나니 마음은 너무나 홀가분했다.

 

 *사진에 찍히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제 바로 오른 쪽 뒤로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남자분이 사장님입니다. 관상 보실 줄 아는 분들 한 번 보세요. 어디가 어떻기에 이렇게 큰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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