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나는 남에게 어떤 존재인지....

김 정아 2011. 6. 26. 11:17

2011년 6월 25일 토요일

요즘 아들 덕에 자유로운 시간들을 많이 누리고 있다.

지난 주 일요일엔 제프리 결혼식에도 참석 할 수 있었고 월요일에는 기도모임 사람들과 번개팅으로 저녁을 같이 먹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가게를 하면서 내 인간 관계가 다 끊어졌다고 투덜거렸는데 제프리 결혼식에서 반가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기도모임 사람들과도 다시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자유로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자꾸 아쉬워진다.

 

가게를 하면서 정리해야 할 직원들을 오늘로 완전히 정리를 해 내었다.

나와 코드가 맞지 않은 직원들이 하나씩 그만두었고 최근까지 'E'라는 한 아이를 두고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 아이의 장점은 가게의 모든 일을 다 알고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쉬어, 드라이브 쓰루, 샐러드 만들기, meat and cheese , finish line이나 캐더링까지 다 알고 있고 그 아이의 시급을 가장 많이 주어도 다른 직원들이 그에 대해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그 아이의 실력은 다른 직원들에 비해 월등하다.

 

가장 큰 단점은 나에게 '신뢰'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고 정직함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가게를 비운다고 할 경우 그 아이만 있으면 선뜻 나가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얼굴에 웃음이 없어 나는 E가 무섭기도 하지만 워낙 일을 잘 해서 나를 약간 우습게 알아 내 손에 안 들어오는 아이였다.

team leader를 시켜 달라고 해 내가 그 모든 단점을 떠 안고 그렇게 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언제나 결론은

'아니다'로 나곤 했었다.

차가 고장이 나서 일주일에 평균 이틀 이상은 안 나오곤 했었는데 어느 날은 아무 연락도 없이 두문불출이었다.

그 다음날 나와서도 왜 안 나왔는지 일언반구도 없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가 나와 오랫동안 같이 갈 아이는 아닌 것 같아 망설이다 정리를 하기로 하고 다음 주 스케줄에서 이틀을 확 줄여 4일만 주었다.

그랬더니 다음 날 항의를 해 왔다.

아파트 랜트비도 내야 하고 개스비도 있어야 하고 전기요금도 내야 하는데 시간을 이렇게 줄이면 더 이상 이 가게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니가 원하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더니 바로 뒤 돌아서서 가게를 나가 버렸다.

삼일 후 쯤 전화가 와서 다시 일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해서 벌써 직원 한명을 뽑았기 때문에 너를 쓸 수가 없으니 pay check나 찾아가라고 해서 오늘 와서 페이 체크를 찾아가고 모자와 티셔츠 두 장도 반납을 받았다.

그래서 E와의 인연이 완전히 끝났다.

 

그 동안 그 아이를 鷄肋이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갖기에는 너무나 찜찜하고 남을 주자니 아까운 계륵인줄 알았는데, 남을 주니 내 마음이 너무나 홀가분하고 편안하기만 하다.

나도 남에게 계륵같은 존재인지, 계륵보다 못한 존재인지 새삼 나를 돌아보는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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