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긴장의 하루가 지나고...

김 정아 2011. 5. 24. 00:19

2011년 5월 22일 일요일

레이첼이 가게를 운영할 때는 직원이 9명이었다.

그런데 내가 운영을 하면서 지금은 직원이 14명이다.

레이첼은 프로급이기 때문에 전분야에 걸쳐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 안 나온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아직도 무슨 샌드위치에 무슨 드레싱이 들어가는지 어떤 치즈가 들어가는 지 100% 완벽하게 알지 못하고, 레이첼이 5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아마도 15분이 걸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기를 어떻게 썰어야 하는지 기계 작동법도 모르고 , 쿠키와 빵을 구워내는 오븐의 문을 어떻게 여는지 모른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한심한 사장이다.)

 

인건비가 좀 들어가더라도 내 몸이 좀 편한게  나을 것 같아 예비 인원을 충분하게 확보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일요일은 직원이 부족하다.

누구나 일요일에 쉬고 싶어하고 교회를 갔다와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갖고 싶어해 , 많은 직원이 있음에도 일요일은 애를 먹고 있다.

지금까지 어찌 어찌하여 일요일을 넘겨 왔는데 오늘 일요일은 아무리 해도 일할 직원이 없는 것이다.

아침은 문제가 없는데 오후 시간에 케시어는 원석이를 포함해 세명을 확보했는데 부엌에서 빵과 치즈를 보내고 고기를 보낼 사람과 샌드위치를 쌀 사람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도 나 밖에 투입될 사람이 없어서 하루 전부터 긴장이 되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샌드위치 쌀 사람이 없다고 가게 문을 일찍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티어야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속도가 좀 늦을 뿐이니 차분하게 맘 먹고 천천히 하자 하고 마음을 굳히고 오전근무 직원들을 돌려 보내고 오후를 맞았다.

 

케시어 중에 의욕도 강해 뭐든 하려고 하는 알렉시스와 원석이를 finish line(둘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90%는 쌀 수 있다)에 두고 나는 meat and cheese에서 보내 주었다.

하다보니 점점 속도도 붙어 주문량이 밀려도 완벽하게 보내 주니 알렉시스는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사실 알렉시스나 원석이도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걱정을 좀 했다.

 

주인이라 해도 내가 전반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물량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몰랐다.

물건을 주문할 때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데 체다치즈나 모자렐라 치즈 주문량이 너무나 많아서 이렇게 많은 치즈가 필요할까? 아무리 터키가 기본이라 해도 터키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가? 했는데 내가  일선에서 뛰다보니 정말 터키나 치즈 소비량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이다.

그리고 meat and cheese파트 직원들은 수시로 큰 냉장고를 들락거리는데 나는 '왜 저들이 저렇게 냉장고를 들락거리나' 했는데 작은 냉장고의 고기들이 떨어지면 큰 냉장고에서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내가 가게 사정을 참 몰랐구나, 내가 이러고도 주인이라고 앉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 내가 한 이 일이 정말 나를 많이 키워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 가장 한산한 날인데도 오늘은 끊임없이 차량이 밀려 들었다.

바빠도 손님이 몰려드니 기분이 좋았고 내 가게에서 나도 한 사람의 몫을 충분히 해 냈다는 자신감에 찬 멋진 날이었다.

 

 

*한참 전에 사진찍기 놀이를 한 번 해 보았습니다.

저녁 시간에 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제일 왼쪽에 있는 아이는 저를 참 기쁘게 합니다. 머리가 명석해서 벌써 두 명 이상의 몫을 하는 아이예요. 오늘 샌드위치를 근사하게 싸 낸 알렉시스입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그 옆의 아이는 첫날 머리 묶으라고 했더니 대충 묶는 시늉만 하고 다음날 그만 두겠다고 왔어요.

그리고 한참을 음료수만 사가면서 동태를 살피더니 일을 다시 하면 안 되느냐고 하더군요.

저는 단칼에 "내가 사람이 더 필요하지만 너는 아니라"고 말을 했는데 남편이 다시 불러서 "네가 나갈 때 정중하게 그만두겠다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했기 때문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요.

지금은 엄청 잘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도  다음 주 금요일에 고등학교 졸업합니다.

 

그 옆은 저의 골치거리입니다. 바닥 물청소 하는 옆에 있다가 미끌어져서 엑스레이 찍어주고 약값내 주고 했어요. 2주간을 쉬라고 했더니 그럼 2주간 쉬어도 월급 줄 거냐고 그 아빠가 전화가 왔더라고요.

지금까지 그렇게 바닥 물청소를 했어도 아무도 미끌어진 적이 없었는데 자기 부주의도 있는데 저는 죄인 같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일을 못하기도 하지만 저한테 괘씸죄로 걸려서 지금 시간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그 옆의 아줌마는 연륜이 있어 그런지 일하러 들어오면 제가 마음이 편해집니다. 10대 아이들과 일하는 것 보다 눈치도 있어서 편합니다. 저는 앞으로 일하는 사람을 나이 있는 주부들로 쓰려고요.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저도 한 번 찍어 보았습니다. 작은 아이를 낳고 15년간 변함없던 몸무게가 그 동안 많게는 6키로가 빠졌어요. 앞으로 이런 몸무게가 얼마나 유지될 지 모르겠어서 기념삼아 찍어 보았답니다.

 

 

샌드위치 캐더링이 들어왔어요. 보통은 상추 토마토 양파를 같이 넣어서 싸는데 이 사람은 채소는 따로 비닐 백에 담아 달라고 하고 고기와 치즈만 넣어서 싸달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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