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오늘은 쿠키도 굽고.....

김 정아 2011. 7. 22. 06:14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가게의 모든 일손들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베이커를 잘 만나야 한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난 인복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 베이커는 한 번도 늦게 온 적도 없고 말을 안 해도 일을 찾아서 얼마나 잘 하는 지 모른다.

베이커리 그릇들도 하루에 적은 양이라도 닦아서 기름에 찌들지 않게 만들어 놓고 심지어 천정이며 하수관까지 닦는다.

그런 베이커를 만난 것이 정말로 감사하다.

 

어느 날 점심 장사가 끝나고 보니 그날 피자가 많이 나갔는지 4개 밖에 안 남은 것이다.

4개로는 도저히 저녁까지 버틸 수가 없어 내가 구워야 하나 ? 어디 가서 빌려와야 하나? 걱정만 했다.

내가 무거운 반죽기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구울 엄두가 안 나고 솔직히 굽는 방법도 잊어 버렸다.

남의 가게에서 빌려 오자니 그것도 마땅치 않은 일이다.

원석이 "엄마가 굽는 것도 믿을 수가 없으니 베이커한테 전화 해서 나와서 구워달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two job인 베이커가 지금 다른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부르냐?"

"그래도 전화나 한 번 해 보세요" 해서 전화를 했는데 그 식당의 메니저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어서 우리 가게에 나와서 피자를 구워주고 다시 그 가게로 들어갔다.

 

이렇게 성실한 베이커가 어느날 건망증이었는지 쿠키를 안 구워 놓고 간 것이다.

아침에 와 보니 쿠키는 몇 개 밖에 안 남았고 베이커는 off인 날이다.

쿠키 없이 장사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키즈밀에 쿠키가 들어가는데 그 쿠키도 장담 할 수 없을만큼 이었다.

 

그 전처럼 다시 나와서 구워달라는 소리는 못하겠고 내가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오븐 문도 못 여는 내가 쿠키를 굽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일단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남자 직원이 오븐 문을 열어 주어서 이것 저것 버튼을 눌러 보다보니 쿠키 메뉴가 나왔다.

그래서 쿠키 도우를 가져다가 시트지를 깔고 쿠키를 넣고 문을 닫고 또 어찌어찌 조작하다 보니 쿠키가 떡하니 구워진 것이다.

직원들은 "Sarah, you are so smart!" 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면서 칭찬을 해 주었다.

직원들도 설마 내가 쿠키를 구울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하던 내가 하루가 다르게 잘 한다는 칭찬도 받는다.

사장이 하루가 다르게 일을 잘 한다는 직원들의 칭찬은 나만 받을 것이다. 아마도.

 

여하튼 오늘 쿠키를 내 힘으로 구워 보았다.

정말 별 것 아닌데 내가 너무 겁을 먹었다.

다음부턴 빵도 배워서 직접 구워봐야겠다.

사실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굽는 법을 익히 배웠지만 다 잊어 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한 사장이다.

워낙 관심없는 분야의 일을 하다보니 일을 배울 생각없이 그냥 자리에 앉아 있지만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갈 것이다.

 

 

*사진 두 장 추가했습니다. 오전 근무가 끝나고 돌아가는 직원과 들어오는 직원의 교대 근무시간입니다. 첫 사진은 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