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우울모드에서 한 순간에 행복모드로.

김 정아 2011. 3. 3. 08:17

2011년 3월 3일 목요일

어제는 몸도 마음도 무지하게 우중충하고 down된 날이었다.

밀가루 반죽 그릇만 해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거기에 15파운드 물을넣고 16파운드 밀가루를 넣어 반죽기에 끼워넣으려면 보통이 아니게 힘이 든다.


그리고 반죽한 것을 발효기계에 넣었다가 나중에 부풀어 오르면 오븐에 옮겨 넣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베로니카는 너무나 당당하게 그 모든 일은 나에게 맡겨 버린다.

일반 빵, 호밀빵, 할라피뇨 치즈 빵, 라이 빵 반죽까지 하루 종일 같은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빵 굽는 일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니 바닥 물청소에 빗자루 질, 대걸레질까지 나에게 시키니 은근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트레이닝 받는 내가 당연히 해야지'하고 간신히 그 마음을 눌러 참았다.


그리고 모르는 문제를 베로니카에게 물었는데 트레이닝 메니저 데이비드는 cheating이라며 나에게 정색을 하고 눈까지 치켜 뜨는 것이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데이비드는 장난꾸러기여서 그런 식의 농담을 잘했다.내 얼굴색이 너무나 어두워 진 것을 보고 수시로 와서 나에게 장난을 걸었지만 마음이 풀리지는 않았다)

아니, 모르는 문제는 당연히 물어야지 내가 무슨 속임수를 썼다고 하는지 순간 너무 당황하여 마음이 겁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며 눈물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내가 샌드위치 가게 안 한다고 했는데 기어이 시켜 놓고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남편에게 중얼거리며 호텔에 돌아와서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침대에 털썩 누우니 온 몸은 천근만근 늘어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귀찮아 6시부터 잤다.

내 몸이 너무 무리를 했는지 내 기억에 난생 처음으로 오늘 아침엔 코피까지 났다.

'도대체 내가 왜 이 짓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또 번뜩 들었다.


오늘도 무거운 몸으로 수십차례 반죽기와의 싸움을 계속 했다.

내가 이들의 영어는 잘 못알아 들어도 여하튼 성실하게 묵묵하게 누가 시키지 않은 일까지 열심히 했다.

친구 하나가 나는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라나? ㅎㅎ

트레이닝 메니저 데이비드는 그런 나를 유심히 보았는지 베이킹을 너무 잘하니 이제 내일부터 kitchen으로 옮기라고 했다.

뜻하지도 않은 소리에 갑자기 나는 행복모드로 한순간에 돌입했다.

예정되었던 내일까지 빵을 구울 것을 생각하니 내 몸 구석구석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하루 일찍 끝낸다니 너무 기분이 좋다.

지금까지의 우울 모드가 싹 달아나버리고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를 했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다.

국적을 초월해 이들에게서도 내가 늘 믿는 '인복 많은 나'는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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