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빵 만들기

김 정아 2011. 3. 1. 07:44

2011년 3월 1일 화요일

오늘부터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빵굽기가 오후 5시가 다 되어 끝났다.

바쁜 와중에 하루는 어찌나 긴지 시간은 더디 가기만 한다.

빵굽는 베로니카는 마치 하녀 한명을 구한듯 온갖 궂은 일은 나에게 다 시킨다.

무거운 것들기, 뜨거운 것 만지기, 바닥 물청소하기등등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했지만 허리가 뻐근하다.

베로니카가 사람들 트레이닝 시키기에 달인인지 이것 저것 잘 가르쳐 주었다.

6년간을 이 가게에서 빵을 굽는 일을 했으니 달인이 되었을 것이다.


트레이닝 메니저인 데이비드는 시험을 봐야 한다며 문제를 내는데 오늘은 모르니 호텔에 돌아가서 공부를 더 하고 내일 보면 안 되느냐고 해서 간신히 하루를 연기하고 왔다.

집에 와서 문제를 읽어보니 처음엔 문제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도 안 되더니 자꾸 읽으니 무슨 내용인지는 알겠다.

what, when은 딱 떨어지는 답인데  why, how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난감하다.

베이킹에 도통 관심이라고는 없는 내가 한국말로 해도 어려운데 영어라니?

아무래도 베로니카한테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다.


사람 사는 모양이 참 다양하다.

베로니카는 아침 7시에 나와 5시가 다 될 때까지 점심을 안 먹고 일을 한다.

점심을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직원의 경우 50%할인이다.

그리고 밥 먹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밥 먹는 시간을 갖게 되면 자연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1시간에 얼마를 받고 일하는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밥도 안 먹고 일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샌드위치를 사주고 같이 먹어야 할까 고민했는데 역시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자존심도 상할 것이고 당연히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하지 않을 것 같다.


3살 때 미국에 왔으니 영어는 완벽하다.

영어만 완벽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그 역시 아니다.

워낙 없는 집에서 태어나  16살에 결혼해 31세인 지금 네 아이의 엄마이다.

그 사이에 두 남자와 이혼을 하고 지금 한 집에서 남자친구와 네 아이와 친정아버지와 살고 있는데 매번 아파트 랜트비에 전기요금 수도요금 각종 공과금들 납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빵굽는 일과 청소하는 일, 두 가지 일을 가지고 점심까지 굶어가며 일을 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가 무척이나 안타깝다.

부유층의 멕시코 사람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멕시코 사람들의 미국 살이가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