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0일 일요일
성당에서 돌아와보니 원석이 차만 덩그라니 놓여 있고 당연히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없을 거란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허전해 갈피를 잡기가 힘이 든다.
아이는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스페인 산티아고로의 성지순례를 오늘 떠났다.
아침에 아빠와 9시 미사를 보고 아침을 먹고 국제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2시간 전에 도착하기 위해 휴스턴을 떠났다.
오늘은 가족 모두 오랫만에 9시 미사를 보고 아이를 공항에 같이 데려다주고 싶었는데 성당일이 바빠 집에서 헤어졌다.
아이를 안아주고,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먼길 떠나는 아이 앞에 눈물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허둥지둥 방으로 들어왔다.
38일이나 되는 긴 여행을 혼자 보내는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아무 감정의 변화가 없던 아이도 출발 날짜가 다가오니 무섭다는 소리를 해 덩달아 내 마음도 불안해졌다.
그런데 주변의 많은 분들이 나를 위로해 주고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 주시겠다는 말을 듣고, 나 역시도 주님께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떤 지인께서는 자기가 너무 가난해 더 많이 주고 싶어도 가진 것이 20불 밖에 안 된다며 봉투에 넣어'아줌마가 꼭 기도할게'라고 써서 햄버거 하나라도 사 먹으라고 주는데 정말 그 정성이 너무 간절해 받으면서 코 끝이 시큰해졌다.
아이도 어른들의 그런 마음에 감동을 받아 더 힘이 되었을 것이다.
가는 길이 성지이니만큼 동네 마다 성당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하루에 꼭 한 시간 이상 성당에 들어가서 그냥 앉아 있기라도 하라고 당부를 했다.
'엄마 아빠도 물론 너를 위해 기도하겠지만 너의 간절한 기도는 주님께서 더 잘 들어주실테니 숙소에 들어가 샤워부터 하고 꼭 성당에 들리라'고 했더니 당연히 그럴거라고 한다.
'주님, 드디어 원석이 산티아고로 떠났습니다.
주님의 아들이니 위험에서 꼭 구해 주시고 영육간의 건강 꼭 지켜 주시어 저희들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그 곁에 항상 같이 해 주시고 고생스러워도 참을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주소서.'
산티아고 여행을 하게 된 배경을 쓴 글입니다.
*어제 짐을 쌌습니다. 침낭과 판초, 양말 두 켤레, 윗옷 3개, 바지 2개 , 속옷 3개에 선크림, 뱅가이, 비누등입니다.무게를 달아보니 7키로입니다. 저것을 지고 35일 이상을 걸어야합니다. 옷을 너무 많이 가져가는 것 같아요. 무거우면 버리고 오겠지요.
*아침에 떠나기 전에 아빠랑 한 장 찍었습니다. 아이를 공항에 내려주고 마음이 허전해 골프장으로 달려갔다네요.
*저 청바지는 아마도 순례 하루 이틀만에 주인 품을 떠날 것 같네요.무거우면 버리고 가야지요.
내일 아침에 파리에 도착해 생장이라는 곳까지 7시간 이상 기차를 타고 갑니다.
생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피레네 산맥을 넘는 산티아고 여정이 시작됩니다.
생장에서는 좋은 호텔에 묵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싼 식사를 하라고도 했습니다.
순례 전 마지막이니 좀 호화를 누려도 좋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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