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떠나라! 스페인 산티아고로!

김 정아 2010. 5. 13. 11:26

2010년 5월 12일 수요일

우리 부부는 이번 6월 4일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원석이에게 특별한 졸업 선물을  해 주고 싶어 작년부터 아이에게 유럽 배낭 여행을 준비하라고 했었다.

유럽을 10일 정도 보내주려고 맘 먹었고, 아이에게도 여행 경로와 경비등을 짜 보라고 했었다.

아이는 우리의 말에 따라 작년부터 유럽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며 이것 저것 사이트를 찾아 우리에게 보여줄 구체적인 것들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유럽 중에서도 스페인 성지 순례를 하면 좋겠다고 아이에게 바람을 넣었고, 성인 야고보의 종교 순례길을 따라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아이에게 목적지를 바꾸라고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아이는 어차피 유럽으로 계획하고 있었고, 유럽의 여러 나라가 아니라 스페인 한곳으로 목적지가 바뀌었고 10일에서 38일로 연장되긴 했지만 별 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고 다시 여행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석이의 최종 목적지는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스페인으로 넘어가서 거의 800킬로미터를 걸어 산티아고 성당에 까지 가는 길로 확정이 되었다.

서울톨게이트에서 부산톨게이트까지가 410킬로가 된다니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를 36일간 걸어야 한다.

하루 평균 25킬로 이상을 걸어야 목적지에 당도하고 다시 파리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휴스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처음엔 나는 반대를 많이 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할 아이를 친구 한명 없이 혼자서 ,내 나라도 아닌 스페인이라는 남의 나라 땅까지 보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그마치 38일간 머무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 감당이 안 되었다.

그러나 올 9월에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더 이상 이런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고,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보람을 안고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이는 요즘 체력 단련에 열심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1시간 30분 정도 뛰고 걸으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30도가 넘고 햇빛이 내리 쬐는  스페인을 무작정 혼자서 걸으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outdoor물건을 전문으로 파는 REI에 가서 배낭 여행에 필요한 물건 몇 가지를 사왔다.

55리터짜리 방수용 배낭과 방수용 하이킹 부츠와 등산 양말 ,햇빛을 뒤와 옆에까지 가리게 해 주는 모자를 사가지고 왔다.


6월 20일에 파리 가는 비행기표는 이미 끊었지만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실감이 안 나는데 이렇게 물건을 사서 보니 나 역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아이는 어제 사온 등산화를 신고 오늘 30분 정도 운동을 했다.

한 여름에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를 신자니 너무 답답하다고 울상이지만 미리 사서 적응을 시켜야 할 것이다.

이미 발에 맞는 편한 신발도 그 먼길을 걸으려면 발가락이 온전하지 않아 몇 번씩 물집이 터지고 가라앉고를 반복할 텐데 미리 연습을 해 두어야 하니까 말이다.

앞으로는 배낭에 10킬로를 채워서 걷는 연습도 할 것이다.


나는 얼마전부터 아이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처음으로 부모를 떠나 스페인이라는 낯선 나라로 친구도 없이 혼자 가는 그 길에 주님, 꼭 함께 해 주십시오.

그 길에 정말 많은 고통과 고난과 어려움과 역경이 있을 것입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하루에 열 두번 일 것입니다.

제 욕심을 버리고 단 하나 주님께 청합니다.

부디 아이에게 그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건강만은 꼭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건강한 몸으로 어른이 되어 휴스턴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주님께 청하오니 저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55리터짜리 배낭입니다.

저 속에 침낭 하나와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 들어갈 것입니다.

방수용 등산화도 하나 샀습니다.


모자입니다.캡에 천이 덧대여 있어서 따가운 햇빛을 가리기 좋을 것 같습니다.

등산용 양말도 말리기 쉬운 것으로 샀습니다.

카메라와 나머지 것들은 천천히 사려고요.


*'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책이 있습니다. 저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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