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원석이는 거의 한 달 전에 The University of Texas(UT)에 입학 원서를 넣고 입학허가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게 잡아 2주 정도면 입학허가서를 받을 줄 알았는데 그 시간이 훨씬 지나서도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다.
TOP 10%내의 학생들은 입학원서만 넣으면 자동으로 입학이 되는데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으니 뭔가 잘못 되었다고 이리 저리 알아보고 다녔다.
인터넷으로도 알아보고 나중엔 UT의 입학 사정관하고 통화를 하더니 영주권 사본을 첨부하지 않아서 일단 보류되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일차적으로 실수를 한 것은 물론 원석이지만 학교의 12학년 카운셀러라는 사람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화가 팍 나는 것이다.
카운셀러라는 위치가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인데 아이가 제출한 서류를 꼼꼼히 확인해 보지도 않고 그냥 보냈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도 아이가 문제점을 찾아 내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이번 월요일에 영주권 사본을 보냈는데 어쨌거나 오늘 입학 허가서를 받았다.
미국에 오던 첫 해에 전세계 대학 평가에서 20위 권안에 드는 UT를 보고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내 아이는 UT를 보내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원석이 저학년 때부터 "원석아, 너 UT가는 게 엄마 꿈이야"라고 했었다.
그리고 UT에 가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난 지금 아이에게 무척 미안하고 그런 말을 했던 내 자신이 뼈저리게 후회가 된다.
충분히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아이였는데 내가 날개를 접게 하지는 않았는지, 더 큰 세상을 꿈꾸게 하지 못한 내가 후회된다.
텍사스 밖의 더 큰 세상을 보게 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너무 UT, UT 했었던 게 아이한테 참 미안해진다.
그런 시행착오를 더는 하고 싶지 않아 나연이에게 "나연아, 너 아이비리그 갈 수 있지? 지금처럼 하면 너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거야"하니 나연이는 뭘 알고 하는 대답인지 어쩐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부로 학교를 가겠다고 한다.
어쨌거나 원석이는 10학년 때 성적이 주춤해서 나를 좀 실망시키더니 11학년엔 정말 열심히 했었다.
성적관리를 눈에 불을 켜고 해서 매 시험이 끝나면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 점수를 계산을 하면서 몇 점을 더 받아야 A가 되는지 ,몇 점을 더 받아야 TOP 10%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는지 수시로 체크를 해가며 공부를 했었다.
스스로가 알아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요 몇년간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도 자기가 볼 만하니 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드라마 그만 보라는 소리도 해 본 적이 없다.
UT입학 허가서를 받고도 오늘 Panera bread라는 곳으로 공부하러 갔다.
집에서는 집중이 안 된다고 요즘 그 곳에 가서 공부를 자주 하는 편이다.
대학입시라는 큰 짐을 덜어 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전공은 natural science입니다. 수의학 쪽으로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전 엔니지어링으로 넣으라고 했는데 수의학이 더 좋은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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