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한국어 시험 , 만점 받았어요.

김 정아 2009. 11. 26. 03:11

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11월 초에 원석이는 SAT2 로 한국어 시험을 보았다.

갈 대학이 거의 정해져 있어서 안 보아도 되었을 것인데 앞으로 또 어떤 대학에 입학원서를 내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 보기로 했었다.

 

난 각 언어별로 교실이 다른 줄 알았는데 제 2외국어를 보는 학생들이 다 같은 교실에 모여서 보았다고 한다.

한국어, 일어, 중국어, 스페니시, 프랑스어등등을 보는 학생들이 다 모여서 시험지 한 패키지에 들어있는 과목중에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찾아서 본다고 했다.

 

시험이 끝나고 나온 날 "시험 어땠니? 혼돈되는 문제는 없었어?" 했더니

"엄마, 태어난 지가 맞아요? 아니면 태어 낳은 지가 맞아요?" 한다.

"뒷문장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 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태어난 지 15일 되었다. 이렇게 쓰는 것이 맞아.너 뭐라고 썼는데?"

두 개가 헷갈려서 고민하다가 쓰긴 했는데 어떤 것을 썼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었는데 오늘 결과가 나왔다.

800점 만점 중에 800점을 맞았다고 한다.

그러니 헷갈려 했던 문제에서 다행이 정답을 골라 쓴 것이다.

 

원석이는 가끔 나도 놀라게 하는 한국어 단어를 구사할 때가 있다.

"엄마, 가수 김태우가 오늘 전역했데요"라든가 "빼빼로 데이가 상술이지요?"라든가 해서 나를 놀라게 한다.

아마도 한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이겠지만 아무튼 난 원석이랑 한국말은 잘 통한다.

 

그런데 나연이에게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우선 SAT2 외국어 시험에서부터 고민이 된다.

한국어로 보아서 나연에게 만점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너무나 무리이다.

일상 생활조차 나하고 한국어 대화가 안 통해 내가 가끔 한국어를 포기하고 영어 단어로 말을 해 줄 때가 차츰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등교, 개학, 교사등의 단어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한테 한국어로 시험을 보라고 할 수는 없겠고, 아마도 스페니시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스페니시는 지금 2년 째 학교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더 좋은 방법으로는 외국어 시험 점수가 필요 없는 대학에 원서를 넣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원석이의 한국어 성적이 만점을 받았으니 동시 통역사라도 되어 보라고 해야 할까?

만족스러워서 혼자 실없는 상상을 하고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