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스스로 주일학교에 들어간 큰 아이.

김 정아 2009. 12. 7. 05:21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원석이는 미국에 처음 와서 2년 정도 주일학교에 나가다가 그 이후에 주일학교가 너무 재미없고 친구들하고도 못 어울리겠다고 계속 안 다녔다.

아빠랑 미사를 다니는 걸로 더 이상 주일학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내가 자모회장으로 있었던 때에 아이에게" 그래도 엄마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도와주는 자모회장인데 네가 안 가면 엄마가 좀 곤란하겠는데 이번 해만이라도 가면 안 되겠니?"했었을 때도 전혀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아이가 몇 주 전에 "엄마, 나 마칭 밴드 시즌이 끝나면 주일학교 갈까?" 그러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아서 "주일학교 가면 좋지" 하고 성의 없이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랬는데 정말 마칭 밴드가 끝나고나서 지난 주 아침에 "엄마, 나 오늘부터 주일학교 갈 거야 " 한다.

나는 너무나 깜짝 놀라서 "너 정말 갈거야? 12학년도 다 끝나가는 마당에 왜 갑자기 그 생각을 했니?"했더니  " 그냥 가야 할 것 같아서" 하고 만다.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해서 한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성당 다니는 것도 미적지근해서 아빠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나가는 날도 많았고 주일학교는 더군다나 꿈도 꾸지 못했다.

내년이면 부모 품을 떠나 대학이라는 낯선 곳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신앙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내 보내야 한다는 것이 늘상 마음에 짐이 되었다.

내가 일찍 신앙에 눈을 떴더라면 아이에게도 좀더 적극적으로 교육을 시켰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요즘 많았었다.

종종 아이를 불러 놓고" 네가 대학에 들어가서 주일은 성당을 꼭 가야 한다. 설령 네가 못 가더라도  네 중심은 흔들리지 말고 살아야 한다. 친구를 따라 종교를 바꾸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안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 아이가 제 발로 주일학교 찾아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느님은 정말 나를 이뻐하시는 것 같다.

뜻하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은 고비에서 아이를 이렇게 붙잡아 주시니 이 깊은 은총 앞에 할 말이 없다.

 

주님, 제게 필요한 은총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그 은총 내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