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12학년, 수험생 아들의 하루

김 정아 2009. 9. 20. 09:13

2009년 9월 19일 토요일

원석이는 12학년 수험생이다.

지금 1학기 시작한 지 4주가 지났고 이번 12월에 1학기가 지나면 대학 원서를 집어 넣고 2학기엔 합격 여부를 기다릴 것이다.

아마 한국에서 고 3이라면 나나 아이나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수능일이라는 11월의 어느 하루를 위해 공부를 하고 만약 그 시험에 컨디션이 나쁘다거나 차를 놓쳐 수험장에 늦게 도착하는 어이없는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지옥이 될 것이지만, 여기는 SAT라는 한국의 수능과 같은 시험을 여러차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보고 다음에도 못 보면 그 다음 기회를 또 기다리면 된다.

 

12학년 수험생인 우리 아들은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11학년에 이미 SAT두 번을 보았고 두 번째 성적이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나와 SAT는 더 안 보기로 했다.

그래서 요즘 컴퓨터를 열어 놓고 원서를 쓰고 있다.

 

이 수험생의 하루가 내가 보기엔 한국과 다르게 엄청 편하게 지내고 있고 나 또한 수험생의 엄마인지 뭔지 느끼지 못하고 지나는 때가 많다.

아니, 내가 수험생 엄마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시험이 있거나 숙제가 있거나 간에 일단 인터넷에 접속해 한국 드라마를 두 편쯤 보고 나서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스포츠 센터에 가서 운동도 한 시간 쯤 하고 온다.

토요일, 일요일에 무작정 컴퓨터 앞에 앉아 키득거리면서 '패밀리가 떴다'나, '무한도전'을 무척 열심히 보기도 한다.

시험이 있는 날은 12시 넘어서도 잠자리에 들지만 없는 날은 9시에도 잠을 자러 들어간다.

나 또한 아이가 몇 시에 자는 지 신경도 안 쓴다.

늦게 자는 것 같아 아침에 물어보면 12시 넘어서 잤다고 한다.

한국에서라면 아이가 잠들 때까지 엄마도 옆에서 지켜주며 간식이라도 내어 주어야 할텐데 그런 적이 없다.

 

밴드부라서 학교에서 풋볼 게임이 있는 날에는 하프 타임 쇼에 나가 마칭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12시가 넘는다.

토요일엔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이번 주엔 목요일에 풋볼 게임이 있어 하프 타임 쇼에 나갔다가 밤 11시가 넘어 돌아왔다.

작년 10월에 처음으로 SAT시험을 보기 전날인 금요일에 마칭 밴드가 있었다.

내일 시험을 보는 아이인데 마칭 밴드를 나간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어 선생님한테 이번 마칭은 빼주시면 안 되느냐고 물었는데 의아하게 생각하며 하프타임 쇼가 끝나면 바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아예 마칭을 빼줄 수는 없다고 하셨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수험생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는 요즘 수험생인 우리 아들을 보면서 이렇게 편하게 수험생 노릇을 해도 되는지 걱정이 좀 된다.

내가 이곳 시스템을 모르니 조언을 해 줄 수도 없고 그냥 하는대로 지켜 볼 수 밖에 없지만 아들아, 너 너무 하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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