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2일 토요일
어제 오후에 외출을 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들이 아우성이었다.
"엄마, 더운 바람이 나와. 에어컨 고장 났나 봐" 하는데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더운 바람이 훅 끼치는 것이다.
실내 온도를 보니 억! 87도까지 올라가 버렸다.
나는 에어컨 온도를 78도에 맞추어 놓고 아이들은 1도라도 낮추려고 77도에 맞추며 ,1도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데 그것보다 10도나 높아져 버려서 아이들이 우왕좌왕 야단이 났다.
그 사이에 비가 한바탕 내리고 나서 어제 밤은 창문을 열고 천정에 붙은 선풍기들을 틀고 자다가 더워서 깨기를 여러번 하면서도 어찌어찌 밤을 보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을 지나면서 오후로 지나가니 실내 온도가 92도까지 올라간다.
남편과 남편 친구 두 분이 합심으로 모터를 뜯어내고 프레온 가스를 집어넣어가며 고쳐 보고 있었지만 아침 11시에 시작한 공사가 오후 한낮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진척이 없었다.
아이들이나 나도 더워서 방에 앉아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해 봐도 그 때뿐이어서 고생스러웠지만 특히나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 슈가였다.
혀를 길게 빼내고 어슬렁 거리면서 한 곳에 누워 있지도 못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병이라도 들면 어쩔까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품을 사러 몇 번 나가고 하다가 드디어는 밤 9시가 넘어서 에어컨이 다 고쳐졌다.
아이들과 1도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그 더위를 참고 고생한 것을 상쇄하려고 인심 써서 76도에 맞추어 주었다.
아마도 오늘 공사도 사람을 불렀다면 몇 천불을 우습게 나가겠지만 남편의 친구들 덕분으로 부품값 50불 드는 것으로 끝냈다.
에어컨을 고쳐준 남편 친구 두분의 에어컨이 이틀 사이에 다 고장나 밤 9시 반이 넘어 우리 것을 고치고 다른 친구 집에 가서 다시 봐주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새벽 1시가 넘었다.
그러니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품앗이를 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 친구들을 가졌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오후 늦게는 원석이 학교의 밴드부에서하는 'burger bash'에 다녀왔다.
다른 학생들보다 2주 반이나 일찍 개학해서 그동안 땡볓에서 마칭 밴드 연습을 하고 오늘 마지막으고 그동안 연습한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선 보이고 햄버거를 같이 먹는 행사이다.
다른 해에는 큰 풋볼 구장을 빌려서 했는데 오늘 비가 와서 갑자기 장소를 바꾸어서 학교 강당에서 하게되었다.
다른 때는 툭 터진 공간이라 아이들의 악기 소리가 크지 않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온갖 악기들의 소리가 울려 펴지니 귀가 좀 아팠다.
이제 풋볼 시즌이 시작되면 풋볼 선수들의 하프타임 쑈에 나가 마칭 밴드를 연주할 것이다.
얼굴은 까맣게 타고 힘들어도 나중에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섹션별로 악기를 들고 서 있습니다. 원석이는 클라리넷입니다.
*여기는 풀룻 부분이고요. 분홍색으로 옷을 맞추어 입었습니다.
*뒤쪽으로 서 있는 트럼펫이나 트럼본, 섹스폰 파트이고요.
*풋볼구장에 나가면 학생 세명이서 지휘를 하게 됩니다. 검은 옷을 입은 아이가 세 명의 지휘자 중 가장 리더입니다. 원석이의 가장 친한 친구지요. '드럼 메이저'라고 하는데 시험을 봐서 뽑아요. 원석이도 저 시험을 보고 싶어 했는데 그날 sat시험과 겹쳐서 못 보았어요. 두고두고 아쉬워 했지요.
*또 한명의 드럼 메이저인데 이 아이도 원석이의 아주 친한 후배입니다. 같은 클라리넷이고요. 원석이 남 앞에 나서기를 꺼려 하는데 친한 아이들이 저렇게 드럼메이저가 되니 하고 싶었나 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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