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한국 드라마 뭐 볼까?"

김 정아 2009. 4. 2. 01:19

2009-04-01 수요일

보름 전 쯤에 학교에서 돌아온 나연이가 나를 보고 “엄마, 김 밤이 누구야?”하고 물었다

“김 밤? 엄마는 누군지 모르겠는데?” 했더니 옆에 듣고 있던 원석이가 “ 혹시 김 범 아니야?”한다.

“맞아. 김 범, 오빠는 누군지 알아?”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나연이의 친한 한국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탤런트가 ‘김 범’이라고 했다며 지금 무슨 드라마를 하는데 그 친구가 그 드라마 정말 재미있다며 나연이에게 말을 했던 것이다.

 

나연이가 이곳에 오래 살다보니 한국 드라마나 가수나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한국말도 정말 어눌해져서 나와 나누는 일상어도 소통이 안 될 때가 많다.

어떻게 하면 알고 있던 한국말이라도 좀 안 잊어버리게 할까 해서 한달에 98불이나 되는 한국 위성 티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도 고급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원석이는, 그래서 굳이 한국 티비를 볼 필요가 없는 원석이는 한국 드라마에 빠져 살고 정말 한국 티비를 좀 보기를 원하는 나연이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여전히 ‘디즈니’ 채널의 팬이 되어서 한국 채널엔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위성티비 수신료가 올라 98불이나 되어서 선택으로 깔았던 것들을 다 취소를 시켜 버리고 기본채널로 전환을 했다.

그러니 디즈니 채널이 안 나오게 되었다.

그것을 알고 티비에 볼 것이 없다고 한참을 울고 불고 난리를 쳤었는데 친구한테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고 자기도 그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아싸! 드디어 니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가졌구나’ 하며 그 길로 고속도로를 타고 나가 한국 타운의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꽃보다 남자’라는 디비디를 10개를 빌려 왔다.

1개에 2회씩이 들어있으니 20회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봄 방학을 이용해 하루에 3-4회씩 일주일이 걸려 보았고 나머지 4회는 다운을 받아서 나연이와 같이 보았다.

나 혼자라면 정말 1,2회만 보고 말았을 것이다.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10대 드라마를 보자니 유치하기 짝이 없고, 공감 안 가는 인물들이 너무 많고 현실성이 엄청나게 떨어진 내용에 디비디를 꺼버리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나 여주인공의 부모들은 정말 가관이 아니어서 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나 역시도 고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부모지만 그 어린 딸을 제물로 삼아 신분상승하려는 그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화가 나기도 했고, 전직 대통령이 허름한 진료소에서 여생을 보내고 재벌에게 협박을 당하는 이야기에도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참고 볼 수 있었던 것은 나연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같이 보아야했기 때문이다.

“엄마, 금잔디가 왜 그래?”

“엄마, 구준표가 왜 울어?”

"'최소'가 무슨 말이야?"

“엄마, 재벌이 무슨 뜻이야?” 하고 쉼없이 물어보는데 대답을 해 주어야 했으니까.

그래도 그런 질문을 통해서 한국어 몇 마디라도 알아들었으면 큰 소득이겠다.

그리고 이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커가면서 정서적으로 고국을 찾아 간다고 하던데 나연이도 이제 그런 시기가 왔나 보다.

좋아하던 드라마가 끝났으니 이제 무슨 드라마로 나연이의 이목을 붙잡을까?

 

*중학생이 볼 만한 좋은 드라마가 없을까요?

폭력도 없으면서 긍정적이고 밝은 내용의 드라마가 있으면 추천 좀 부탁드릴게요.

최근 것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비디오 가게에 가면 오래 된 것도 구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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