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8일 목요일
이제 본격적인 휴스턴의 여름이 시작되었다.
빨래를 널려고 뒷마당에 서 있으면 그 시간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 여름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 지 또 걱정이지만 냉방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니 야외 활동만 안 하면 그런데로 어렵지 않게 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골프에 다녀왔다.
그동안 운동 차원에서 한 시간 정도 꾸준히 걸어 왔기 때문에 골프 가서 18홀을 걸어 볼까 하고 어제 마음을 단단히 먹었었다.
그런데 막상 아침이 되고 나니 아침부터 찌는 더위가 장난이 아닌 것 같아 도저히 걸을 엄두가 안 났다.
걷는 것은 나중에 10월이 되면 시작 해 볼까 다시 생각을 했다.
어제는 할머니들의 리그가 있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굉장히 붐볐다.
티 타임을 예약 하는데도 아침 9시 12분 이후에는 없고 건너뛰어 11시 이후에나 칠 수 있다고 했는데 할머니들도 많고 할아버지들도 많이 나와 있었다.
준비를 하고 1홀에 들어섰는데 우리 일행은 3명이고 뒤에 바로 정말 나이 들어보이는, 적어도 80은 넘을 것 같은 할머니 두 분이 따라왔다.
우리는 할머니들의 속도가 엄청 늦을 것 같아 뒤 할머니들에게 신경을 안쓰고 치고 있었는데 점점 우리를 바짝 따라 오는 것이다.
잠깐씩 뒤를 돌아보면 할머니들의 샷이 장난 아니게 정교한 것이다.
힘은 없지만 좌우로 빠지는 볼이 없이 페어웨이로 팍팍 날아다녔다.
우리가 할머니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먼저 치겠느냐고 했더니 고맙다고 하며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데 왠걸 내 가 쳐 놓은 드라이버 보다 훨씬 멀리 나가는 것이다.
그 중 한 할머니는 천식 같은 병이 있는지 고무 호스까지 코에 연결시켜 가지고 다녔다.
난 정말 기가 막혀 ‘아니, 내가 환자 할머니보다 못 친단 말이야?’하고 웃었다.
몇 홀을 가다 보니 그 할머니들의 속도가 엄청 빨라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안 비켜 주었으면 정말 민폐를 단단히 끼칠 뻔 했다.
한국에 갈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검게 타서 가면 안 될 것 같아 이제 이번 학기의 골프는 오늘로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한국에 다녀 온 후 본격적으로 레슨을 한 번 받고 아이들 학교 개학과 더불어 다시 우리의 골프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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