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0일 목요일
오늘은 나연이의 12번째 생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일이 되면 고속도로까지 타고 가서 사와야 하는 쿠키 케익을 사달라, 친구들을 초대해도 되느냐등등의 요구 사항이 많았었다
자잘한 것들을 들어 주느라 귀찮았는데 한 살이 많아지더니 생일 선물 하나만 요구하고 별다른 주문도 없었다.
남편은 새벽 일찍 출장을 떠났고 나와 나연이만 케익에 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원석이와 2박 3일을 우리 집에서 보내고 있는 원석이 친구 켈빈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같이 케익 한 조각씩 먹고 축하를 해 주었다.
아침 일찍부터 나는 해야 할 일이 많아 서둘러 나왔다.
차 뒷바퀴의 바람이 빠져 공기압이 낮으니 카 센터에 가서 일찍 손을 봐야 할 것이라고 했고, 5섯 대나 되는 휴대폰을 family plan으로 묶기 위해 휴대폰 가게에도 가야 했고, 자모회의 주일학교 등록금으로 들어온 돈도 입금해야 했고, 한국 장도 봐야 해서 하루가 바쁠 것 같다.
자동차 바퀴를 점검하고 휴대폰 가게로 갔는데 내 앞으로 된 휴대폰 두 대가 가족 서비스로 묶이지 않아 따로 요금을 내다 보니 언제나 100불 이상씩이 나온다.
하나는 아들 것이지만 하나는 남편이 작년 쯤에 한 유학생을 위해서 내 준 전화기인데 “아니, 그 전화기가 아직도 해제가 안 되었나?” 하며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고 하니 나도 어이가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정말 매너가 없는 사람이다.
설정한 제한 시간을 넘기지는 않는데 휴대폰으로 한국과 통화를 자주 해 요금이 이번 달에도 엄청 나올 것이라고 한다.
자기가 내는 요금이 아니라고 이렇게 막 써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20불 짜리 전화 카드 한 장이면 한국으로 15시간을 쓸 수 있는데 왜 남한테 민폐를 끼치는지 모르겠다.
남편 앞으로 되어 있는 휴대폰 세개에 내 앞으로 되어있는 두 대를 합쳐서 family로 묶으면 한 달에 80달러 정도는 절약이 된다고 하니 그동안 몰라서 더 낸 돈이 얼마인지 모르겠다.
은행도 갔다가 장도 보고 일처리가 빨라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여기까지 나왔는데 자기 집에 와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한다.
집에 아이들만 두고 와서 빨리 들어가 봐야 한다고 하니 “ 원석이 나연이 나이가 몇 인데 아직도 아이들한테 쩔쩔 매면서 사냐?” 고 해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렇다.
내가 없으면 더 좋아할 나이인데 내가 너무 끼고 살려고만 한 것 같다.
커피 한 잔 마시러 들어간 화영이 집에서 김치전에 점심으로 회덮밥까지 배 두드리면서 먹고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감자 프라이에 밀가루 반죽까지 해서 뭘 지지고 볶고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밤엔 영화를 한 편 보자고 해 세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재미도 없는 ‘collage rode trip’이라는 것을 보고 11시 반에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간의 봄 방학이 시간이 지나 벌써 금요일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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