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1일 월요일
오늘은 '대통령의 날' 이다.
법정 공휴일은 아니어서 교육구에 따라 휴교인 학교, 등교하는 학교가 다르고, 휴무인 회사도
있고 정상으로 출근하는 회사도 있다.
남편 회사 내 모든 그룹사가 오늘은 쉬는 날이고,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다.
오랜만에 부부만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집에서 먼 곳에 있는 골프장에 갔다.
아이들 오는 시간에 맞추어 집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 월요회 멤버들은 집에서 가까운 '베어 클릭' 골프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어 클릭' 밖에 가 본 적이 없어 골프장 모든 곳이 다 비슷할 줄 알았는데 오늘 간 곳은 그야 말로
장관이었다.
오지 탐험이나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곳처럼 길게 넓은 강물이 흘러가고 , 철교를 건너 홀과 홀을 이동하고,
아름드리 나무들은 아주 가냘픈 새잎을 조금씩 내놓기 시작하고, 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너무나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드라이버 치는 소리와 잘못 맞은 공들이 나무에 부딫쳐 돌아오는 소리만 간간이 적막을 깨고
있었다.
남편을 편하게 생각 해 본적이 없는 나는 어제부터 마음이 조금씩 부담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남편 앞에서 못 치면은 망신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싫은 소리를 듣게 될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아줌마들과 칠 때면 항상 신나고 소풍 가는 어린이처럼 필드 나가는 날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데 영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둘만을 위해 시간을 내겠다는 데 즐거워져야 할 것 같아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다행이 드라이버나 우드가 생각보다 잘 맞아 주었고 남편은 그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칭찬 해 주었다.
어떤 홀은 남편과 비슷하게 치기도 했다.
차츰 마음이 편안해 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자연과 골프 치는 즐거움에 빠져 들 수
있었다.
18홀을 걸어서 도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최고였다.
오늘밤엔 혹시 골프장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꿈속에 떠돌아다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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