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1일 목요일
요즘 특별한 일이 없으면 슈가와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있다.
며칠을 그렇게 다녔더니 이 녀석이 아침마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밖으로 나가자고 징징거린다.
그래서 비닐 봉투 한 장 들고 모자를 들고 나서면 지가 산책 가는 줄 알고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목줄을 하려면 조용히 앉아서 다 채울 때까지 얌전히 기다릴
줄도 안다.
밖으로 나서면 소풍 가는 아이들마냥 좋아서 꼬리를 흔들며
앞서 나간다.
이것 저것 간섭도 하다가 내가 가자고 목줄을 흔들면 또
조용히 따라온다.
그런데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어찌나 사람들을 좋아하는지 앞에서나 옆에서 사람이 오면
그 사람 따라가려고 정신 없이 달려 나간다.
어쩌다 목줄을 미처 잡아 당기지 못하면 어김없이 그 사람에게
달려가 두 발을 들고 올라탄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타나면 내가 아주 긴장을 하게 된다.
오늘 아침엔 이 녀석이 나를 아주 당황하게 했다.
나가자마자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 동네 잔디밭에 응가를
했다.
당연히 가져온 비닐봉지로 치우고 룰루랄라 한참을 가다
이번엔 남의 집 마당 한 중앙에 똥을 사려고 자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나오는 것을 못 나오게 할 수도 없고 당황해 서 있는데
한 뭉텅이를 싸 놓고 말았다.
비닐 봉지 한 장을 이미 써서 남은 게 없는데 그것을
손으로 치울 수도 없고 어찌 해야 할까 하다 어쩔 수 없이 양심을 버리기로 하고 사람들이 있나 없나 눈치를 보다가 얼른 자리를 떴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서 현관문을 열고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내 양심을 지킬 수 있어 너무 다행이다 싶어 염치 불구
하고 낯선 아주머니께 내 개가 옆 집에 실례를 해 놓았는데 비닐 봉지 한 장만 달라고 했다.
두 장을 가지고 나오며 이거면 되겠느냐고 물어 한 장이면
된다고 했더니 두 장 다 가져 가라고 해 고마운 마음으로 치우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또 실례를 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 장 남은 비닐로 처리하긴 했는데 이 녀석이
오늘 왜 이리 실례를 하는지 내일부터는 비닐 봉투를 많이 준비해 가야 할 것 같다.
나를 남 보듯 고개를 외로 꼬고 쳐다 보지도 않던 녀석인데
이제 나를 좀 따르는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나랑 있어야
되니 나한테 잘 보여서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나 보다.
이 집안의 실세가 나라는 사실을 이제 파악 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다 집에서 낮잠이라도 자고 있으면 어느 결엔지 내
침대로 뛰어올라와 내 옆에서 고개를 파묻고 자기도 한다.
그런데 난 슈가가 내 침대에 올라오는 것은 아직도 싫다.
털이 많이 빠지는 계절인지 이 녀석이 올라오면 털이 침대며
시트에 여기 저기 날리는데 이 녀석과 요즘 기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침대에서 내려 놓으면 또 다시 올라오고 거실에 내 놓고
내 방문을 닫으면 밖에서 문을 긁으며 징징거린다.
그러다 마음 약해 문 열어 놓으면 얼씨구나 하고 올라와
자리를 잡는다.
아마도 결국은 내가 지게 될 것이고 내 침대를 슈가와
같이 쓰게 될 것 이다.
난 요즘 자주 자주 슈가를 안고 속삭인다.
‘슈가, 우리 집에 와 주어서 정말 고마워. 우리 애기 잘 커야 된다’ 하고.
슈가와 함께 하는 산책이 있어 나도 심심하지 않게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은 요즘이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개입니다. 저 개는 고양이 얼굴을 많이 닮았지요? 성격이 아주 순한가 봐요. 우리 슈가가 짖지 않는 이상 가만히 있어요. 밖에서 우리 슈가가 저 개 성질을 건드리면서 짖어 댑니다.
*나연이 언니 미워요. 이쁜 내 얼굴에 이렇게 낙서를 해 놓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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