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7일 금요일
올해부터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해 보자고 머리를 모아 낸
아이디어가 요리였다.
인터넷을 뒤져 알아봐도 낮 시간은 없고 밤에 강좌가 있어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주부의 일이 시작되는데
밤에 아이들 두고 나갈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친구가 요리 잘 하는 엄마가 있는데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여러 가지 상의를 한 끝에 일주일에 한 번씩 요리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난 집안 일중에 가장 싫은 첫 번째가 다림질이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고 다림질을 하더라도 등에서 축축한
땀이 흐르고 이쪽 끝을 다려놓으면 저쪽 끝이 구겨진다.
아무리 열심히 다려 놓아도 티도 안 나고 일을 한 것
같지가 않다.
다림질 할 때가 다가오면 엄청 스트레스가 쌓인다.
무심결에 “다림질 하는 것 너무 짜증난다”고 했더니 “그렇게 힘들게 다리지 말고 그럼 세탁소에 맡겨” 하는 남편의 말에 전업주부가 그런 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래도 스트레스 받으며 했다.
그런데 정신건강상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다른 생활비
좀 줄이고 세탁소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는 한 동안 내 생활이 너무 편해지고 기분까지
좋아졌다.
한국보다 세탁 요금이 싸서 면바지 10개에 와이셔츠 다섯 개 정도 가져가도 30불이 안 나온다.
(요즘 양복은 미팅 있는 날만 입고
면바지를 입고 다닌다.)
이렇게 편한 걸 왜 진작에 하지 않았나 후회까지 들 정도였다.
내가 그런 일에 스트레스를 안 받아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한 번이라도 더 웃는 얼굴을 보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싫어하는 일이 음식 하는 것이다.(참 자랑이다!)
음식하고 요리하는 블로그들도 엄청 많은데 난 그것을 보면서
한 번 해봐야지! 이런 생각도 안 드는 사람이다.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어도 "맛있네" 그러고 말지, 이 음식에 뭐가 들어 갔을까? 궁금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다음에 집에서 이렇게 한 번 만들어 봐야지! 이런 생각도
물론 한 번도 안 가져 봤다.
그래서 내가 제일 부러운 사람이 대만 사람들이다.
대만에는 부엌 없는 집이 많을 정도로 외식 문화가 발달 했다니 나도 부엌없는
집에서 살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던 내가 요리를 배우겠다고 나섰다니 내 스스로도 참 대견하다.
시간에 맞추려고 아침부터 부산을 떨고 준비해서 갔다.
우리를 가르쳐 주시는 분은 한국에서 어느 대학의 통계학 교수로 계시는 분이다.
의사인 남편의 연수에 따라 오신 분이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기도 하지, 통계학 교수님이
요리까지 잘 하다니 말이다.
여하튼 그 교수님의 집에서 오늘 첫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의 메뉴는 오이 피클, 일본식 돈가스, 치즈케익이다.
모두 내 맘에 딱 드는 메뉴이다.
지금껏 이곳에 살았어도 너무 달아 다른 케익은 못 먹고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 치즈 케익인데 내 취향을 어떻게 알고 치즈 케익까지?
앞치마를 두르고 치즈 케익부터 배웠다.
일단 집에서 치즈 케익을 구우려면 계량 컵, 계량
저울, 계량 스푼부터 구입해야겠다.
내가 구워서 아이들과 남편 앞에 내 놓으면 아마도 우리 식구들 다 기절할 텐데 구워? 말어?
“우리 마누라 케익까지 만들
줄 알아? 언제 이런 걸 다 배웠어? 아, 대단하네!” 하며 나한테 적응을 못 할 테고 우리 아이들은
“엄마 왜 그래? 이상하네, 엄마가 케익까지 만들고?” 하면서 날 놀릴 텐데.
그래도 새로운 내 모습을 꼭 보여 주리라.
아, 그런데 치즈 케익에
치즈 안 들어가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그리고서 오이 피클을 만들었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고기
요리와 먹으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리고 일본식 돈가스를 했는데 식빵을 갈아서 빵 가루를
만들어 쓰는 걸 처음 알았다.
돈가스 소스도 배우고 야채에 뿌릴 드레싱도 배웠다.
우리가 만든 돈가스와 오이 피클, 치즈 케익으로 점심을 먹고 향긋한 커피까지 마시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다.
오늘 우리 집 저녁 메뉴는 당연히 돈가스다.
배운 것을 직접 해 보아야 안 잊어버릴 테니 집에 가서 꼭 복습해야겠다.
*돈가스 고기를 썰며 직접 실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먹으려고 세팅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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